[박물관은 살아있다]

직지 하권(복제품). 사진=청주고인쇄박물관 제공
직지 하권(복제품). 사진=청주고인쇄박물관 제공
금속활자는 지난 천년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중세시대 소수 권력층만이 공유할 수 있었던 지식과 각종 정보가 인쇄술의 발달로 서민층까지 확산하면서 정보의 대중화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145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납 활자로 성서를 인쇄하면서 활자 인쇄가 시작됐다.

이후 인쇄술은 급속도로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고, 인쇄 기술에 힘입어 종교개혁, 시민혁명, 산업혁명 등 사회 대변혁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앞선 13세기 초 동양의 조그마한 나라 고려에서 이미 납보다 훨씬 단단한 금속으로 활자를 만들어 책을 발간했다.

고려 우왕 3년(1377년)에 백운화상이 청주의 흥덕사에서 발간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다.

독일의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간행된 것이다.

1800년대 말 구텐베르크로부터 시작된 서양의 근대인쇄술은 규격화, 기계화에 성공해 1800년대 중반이후 근대화의 물결과 함께 조선에 도입되면서 활자 인쇄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금속활자와 납 활자는 더 이상 인쇄에 사용되지 않지만 오늘날의 옵셋인쇄, 3D프린팅기술, 스마트폰 등 첨단 IT기술과 융합된 다양한 인쇄방식의 원리가 수백년 전 `직지`를 인쇄했던 금속활자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면 새삼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직지의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로 여러 선승의 법어 설법 등에서 선(禪)의 요체가 될 만한 내용을 간추려 엮었다.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류문화사에 끼친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현재 하권 1권만이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청주시는 유네스코와 함께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세계기록유산 보존과 활용에 크게 공헌한 개인과 단체에 유네스코 직지상을 수여함으로써 금속활자 발상지인 청주,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김진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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