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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이야기]지폐는 '종이'가 아니라 '솜'으로 만든다

2017-07-25기사 편집 2017-07-25 15: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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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정양진 한국조폐공사 해외전략팀장
지폐가 인류의 경제활동에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유럽 금세공사의 영수증에서부터라고 한다. 지폐가 사용되기 전에는 주로 금화나 은화를 거래수단으로 사용했는데, 경제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금속화폐는 휴대나 보관이 어렵고 위·변조와 도난이 빈번히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그래서 금세공사의 금고에 실물인 금화나 은화를 맡기고, 대신 받은 영수증으로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화폐(지폐와 동전)를 통용된다는 의미에서 'currency'라고 하고, 지폐는 은행영수증이라는 뜻에서 'banknote'라고 하는 데엔 이런 역사가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의 지폐는 한국조폐공사에서 만든다. 한국조폐공사는 종이부터 인쇄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기술로 제조하는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이다. 지폐용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용 제지공장이 있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지폐용 종이를 제조하는 곳은 20여개국 밖에 없다. 나머지 나라들은 이들로부터 지폐용지를 수입해 인쇄만 한 후 자국 지폐를 공급한다. 한국조폐공사는 부여 공장에서 만든 지폐용지를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등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으며,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폐를 한자로 풀이하면 종이(紙) 화폐(幣)를 의미한다. 종이는 용도에 따라 여러 재료로 만드는데,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종이(복사지, 신문지 등)는 대부분 목재펄프(나무로부터 얻어진 섬유)를 이용해 제조하게 된다. 목재펄프는 값이 싸나 섬유가 짧고, 강도가 낮아 질긴 종이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혹독한 환경에 견뎌야 하는 지폐용 종이를 제조하는 원료로 솜(면펄프)을 이용하게 된다. 솜은 길이가 길어 옷감을 만드는 실뿐만 아니라 질긴 종이를 만들 수 있어 지폐용 종이의 원료로 활용된다.

지폐용 종이는 쉽게 찢어지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는데 견디는 힘도 커야 하고, 실수로 호주머니에 지폐를 넣고 빨래를 해도 원형이 보존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지폐용 종이는 솜으로 만들고 특수약품처리를 한다. 특이한 예로 미국의 지폐(달러화)는 더 높은 강도를 내기 위해 솜과 아마섬유를 혼합해 제조하기도 한다.

지폐 제조용 솜은 실을 만들기에는 짧은 면섬유 부산물을 펄프화해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목화가 막 솜으로 만들어질 때 비가 자주와 목화 생산에 적합한 기후는 아니다. 목화는 건조하면서도 물을 쉽게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이 재배에 적합해 인도, 중국, 미국, 중앙아시아, 브라질 등에서 많이 재배해 면화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지폐용지 원료인 면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2010년 면화가 많이 재배되는 우즈베키스탄에 면펄프를 생산하는 자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100퍼센트 국내 자본으로 면펄프를 자급자족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설립 이후 2014년까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기업인 조폐공사의 경영 및 기술 지원으로 지금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 고품질의 면펄프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영도 흑자기조가 정착됐다. 한국조폐공사는 지폐원료를 자급자족할 뿐 아니라 많은 해외 조폐기관들에 수출하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정양진 한국조폐공사 해외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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