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25%로 인상하고, 5억 원 초과 고소득자 소득세율을 42%로 인상하는 내용의 증세 방안이 제시되면서 정치권이 뜨겁다. 지난 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여야의 설전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이번 증세가 대기업 및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들어 조세저항을 비껴가려 하고, 야당은 기업 활동 위축과 국민 편 가르기를 조장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증세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국민적 합의 과정이 생략된 채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세 문제는 자칫 정권에 부담이 될 만큼 폭발력이 강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이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주장을 앞세웠지만 재정수요가 많아졌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국정운영 100대 과제 추진과 관련 178조원에 달하는 소요예산을 증세 없이 조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증세 기조는 예견됐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인세 명목세율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법인세 최저한세율 및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국민들의 복지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증세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늘어나는 재정수요에 부합하려면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인 일자리 창출이나 포괄적 복지 확대 정책들은 증세의 불가피성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에게 재정 확보와 지출 상황 등을 낱낱이 보고하고 증세가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당정은 오는 27일 회의를 열어 세제개편안에 대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사안임에도 공론화 과정 없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국회 심사에서 공방이 있겠지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한 뒤 추진함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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