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
요즘 우리나라는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다 쏟고 있다.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지난 5월 현재 전체 실업률은 4.2%이지만,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 역대 최고인 11.2%로 나타났다. 취업 준비생 등 사실상의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3.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산업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사태 이후 20년간 국내에서는 생산 자동화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국내총생산(GDP)는 2배가 늘었지만 고용은 1%밖에 늘지 않았다. 기술이 고도화되면서부터는 일자리가 오히려 크게 줄어들 위험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전국적으로 수천 명이 종사하는 콜택시, 대리운전 콜서비스에 IT 기업이 진출하면서 불과 300명의 인원으로 전국적인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산업이 발전하고 규모가 커져도 일자리는 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장치산업 역시 자동화 설비와 로봇이 투입되면서 연간 10만대의 제품을 만들던 라인에서 인력 증가 없이 연간 100만대를 쉽게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먹거리 산업인 자동차 산업은, 2015년 세계 시장은 1조 5000억 달러 규모이고 우리는 이 중 5%의 시장 점유율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산업은 2248억 달러(2014년)의 세계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로 중국과 1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3860억 달러(2014년) 시장에서 미국과 1·2위를 다투면서 1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와 같이 국내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우리의 주력산업은 장치산업으로 산업의 규모와 성장도 한계에 이르렀고 수출과 산업규모의 증가에도 고용도 지속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교훈이다.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로 항공우주산업을 제시하고 싶다. 항공우주산업은 2015년 전 세계 시장이 8831억 달러로 2차 산업에서는 자동차의 뒤를 잇는 규모이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겨우 0.8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40.7%를 비롯한 선진 5개국이 75%를 점유한다. 항공우주산업은 연 4%의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2025년에는 시장이 1조 3000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우주산업은 장치산업이 아니며, 가장 부가가치가 큰 첨단산업 중 하나다. 항공기는 연간 수십 대, 인공위성과 발사체는 연간 서너 대 생산이 고작이지만 그 가격은 대당 수백 억 원에서 1000억 원 정도까지 나간다. 같은 무게의 은 가격과 비슷하다. 우주발사체나 인공위성은 금보다 서너 배의 부가가치를 갖는다. 우리나라 아리랑위성은 가격이 2000억 원 정도인데 이는 2000만 원 하는 중형차 1만대의 부가가치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고부가가치 최첨단 항공우주제품은 거의 수공업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의 비중이 커서 설계단계에서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능력과 과학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생산과정에서는 수많은 부품의 생산, 조립, 시험을 일일이 전문 인력이 수행해야 한다. 2015년 국내 항공우주산업 분야 고용은 1만 9000명 정도인데, 자동차와 같이 세계 시장의 5%를 점유한다고 하면 10만 명에 달하는 고급 인력의 고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항공우주산업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중국과 같은 선진 강대국들이 독과점하고 있어 기술적, 정치경제적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항공우주 시스템을 개발하여 수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첨단기술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군사와 외교적 설득 능력과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의 개발비용을 동원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 국가의 항공기와 인공위성 개발능력을 보면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과 군사와 정치외교적인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선진국과 강대국이어야 가능한 구조이다. 바로 이런 점이 오히려 한국이 항공우주산업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항공우주시스템 개발을 활발히 하면 국내 산업 구조를 첨단기술 위주로 고도화할 수 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국가방위능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다. 수출을 통해 국가위상을 높이는 계기도 된다. 항공우주산업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강국으로 점프할 수 있는 도약대를 마련해 줄 미래 산업이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과학기술 수준과 안보능력, 국가 위상까지 한껏 높일 수 있는 항공우주 산업을 계속 육성해 나아가야 한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