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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함보단 즐거움…"무대 가리지 않고 달려가"

2017-07-23기사 편집 2017-07-23 14: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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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오디세이] 김경아 르엘오페라단 단장

첨부사진1김경아 단장이 르엘오페라단 운영 방향과 재능 기부 구상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신용 대기자
"'오페라를 즐겁게, 클레식을 즐겁게!'가 저희들의 모토예요. 즐겁게 연주하고, 관객은 더욱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르엘오페라단은 오페레타와 특별한 클레식 콘서트를 위주로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대전 출신으로 르엘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김경아 단장은 '즐겁게'를 유난히 강조했다. 오페라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애호가들의 사랑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 단장은 "어디서든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않고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며 "기존의 오페라는 다른 오페라단에서 많이 무대에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차별화로 오페라 저변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르엘오페라단은 어떤 단체인가?

"2008년 출범한 '자작나무 앙상블'이 모태인데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해 2014년 소극장오페라로 다시 출발했다. 처음에 함께 한 모든 단원이 여성들이었다. 프랑스어로 여성의 의미인 '엘르'로 하려고 했는데 너무 평범해서 단어를 뒤집기로 했다. 하하."

- 전국오페라단연합회 사무국장으로도 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국 사립오페라단 12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사단법인 모임이다. 제가 이사직을 맡고 있고 특별히 창작오페라 활성화위원회 사무국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창작오페라 활성화를 위해 3년 전부터 대한민국창작오페라 페스티벌을 국립극장에서 열어왔다."

- 음악을 통한 재능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제가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인가 보다. 어려서부터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눠 기쁨과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치매노인 병원이나 고아원, 호스피스병동 등 주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계신 곳을 찾아가서 음악회를 하고 있다. 모든 단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다."



김 단장은 르엘 앙상블팀을 따로 조직해 봉사와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서울은 물론 대전·충남을 자주 찾는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이안노인병원, 유성성재원, 논산 노인병원 등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않고 재능기부를 해왔다. 그는 "사실 쉽지는 않다. 스케줄을 맞추기 어려워 르엘앙상블과 오페라단이 따로 재능기부를 다닌다"며 웃었다.



- 하루 하루가 무척 바쁠 것 같다. 일상이 궁금하다.

"다른 음악인들과 비슷하지 않겠나. 공연을 위한 기획이나 스태프 회의, 리허설 등으로 늘 분주한 편이다. 개인적인 연주를 위해선 따로 리허설 시간을 가져야 한다. 최근 창작오페라페스티벌의 대상 작품인 '선비' 공연차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왔다. 9월 21일 '평화통일 음악회'에 연주자로 초대 받아 모스크바에 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거의 매달 20회 이상 포럼과 강의로 정신이 없다. 오페라라는 게 평균 이상의 체력을 필요로 해서 운동에도 신경쓴다. 요가를 하기도 하고, 밤에 집 주변의 대학 캠퍼스를 지칠 때까지 달린다."

- 서울지역의 충청 출신 음악인들과는 자주 교류하나?

"많진 않다. 학계나 금융계, 체육계, 연예계 이런 분야에는 충청도 분들이 왕성하게 활동하시는데 음악 쪽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다. 동문(충남대학교 음악학과)들을 만날 기회가 적어 아쉽다. 언젠가 충청 출신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콘서트를 한번 만들고 싶다."

-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노래 하는 걸 참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합창단 활동을 했고, 자연스럽게 성악가의 꿈을 꾸었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충남대를 마치고 러시아로 유학을 다녀왔다."

- 다른 성악가들과는 달리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 유학한 게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나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하다가 비자 문제로 속을 썩이는 바람에 러시아로 가게 됐다. 2년 동안 돈을 모아 얼마 되지 않는 액수를 품에 지닌 채 무작정 갔다. 언어가 전혀 되지 않았다. 대전에서 (러시아어를) 배울 곳이 없었다. 옛 소련이 러시아 연방으로 해체될 때인 199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러시아어 첫걸음' 이라는 교재가 겨우 선보였을 뿐이다. 책과 러·한 사전을 들고 무작정 떠났다."

- 그래도 계기가 있었을 듯하다.

"우연한 기회에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교수님들의 마스터클라스를 객원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아름다운 러시아의 음악과 너무나 수준 높은 교수님들의 가르침에 매료됐던 건 사실이다."

- 어려움이 컸겠다.

"말이 안 통했으니까. 영어로도 전혀 소통이 안됐다. 다른 방법이 없어 러시아어를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 유학생활은 단순히 노래하는 방법만 배우는 기간이 아니었다. 그 나라의 역사와 철학, 문화를 다 알아야 음악으로 표현할 수가 있다. 제게 러시아는 소리를 잘 내는 성악가를 넘어 음악가로서 저의 음악을 키워준 곳이었다. 한국에서 배우며 이해하기 힘들었던 많은 것들이 그곳에서는 그냥 느껴졌다."

-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챠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1학년 수업은 무조건 마임을 해야 한다. '지하철'이나 '한국의 3월'을 표현하라는 식이다. 연기와 춤 연습이 무척 중요했다. 연기가 안 되는 학생은 아무리 노래를 잘 해도 오페라 주인공을 할 수 없다. 정말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어려움이 컸다. 너무나 감사하게 연기력도 인정을 받아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의 주역인 타찌아나 역으로 공연을 했다."

- 가사의 감성과 작곡자의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데.

"목소리뿐 아니라 표정, 자세, 손짓 같은 모든 걸 동원하려고 한다. 사실 충남대 은사이신 김선숙 교수님께서 '포기하지 마라, 노래가 끝날 때까지 계속 시도하라'고 이 부분을 강조하셨는데 잘 따라가지 못했다. 발성만으로도 벅찼다. 영남대 최윤희 교수님도 잊을 수 없다. 러시아에선 갈리나 삐싸렌꼬 교수님과 삐요트르 일리치 교수님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삐싸렌꼬 교수님은 저를 딸처럼, 친구처럼, 제자로 사랑해주셔서 많은 걸 배웠다. 귀국독창회 때 입을 드레스를 맞춰주셨고, 스승님께 받은 반지를 제게 선물로 보내주셨다. 생활비도 보태 주셨다. 지금도 모스크바에 가면 선생님댁에서 머무른다. 많은 스승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다들 열심히 하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겠나. 다만, 무대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하니 노래와 함께 연기나 춤을 꼭 공부하길 바란다. 이제 제작을 겸하다 보니 관객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노래만 잘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오페라의 역할에 맞는 모든 걸 갖춘 그런 신인을 찾게 된다. 뮤지컬 분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욱 열심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시길 당부 드린다."

- 고향에서 공연할 계획은 없나?

"대전이나 세종시에서 공연을 구상하고 있다. 아마 내년 봄쯤 되지 않을까? 11월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 시어터에서 '댄싱 그리고 오페라'(가제) 콘서트를 올릴 예정이다. 그 뒤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담=송신용 대기자 겸 논설위원





러시아 유학 1세대 韓·러 가교 역할 톡톡

김경아 단장은?

대전 성모여고와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를 마치고,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 박사과정을 졸업한 러시아 유학 1세대이다. 1993년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 유학한 뒤 밀레니엄을 한국에서 맞아 본격적인 음악가의 삶을 산다. 리릭레제로(가볍게 서정적인) 목소리의 소프라노로 발성법이 기존 이탈리아나 다른 유럽에서 공부한 성악가들과 차별성이 있다.

민간 오페라계의 활성화를 위한 기획과 더불어 경영적 측면에서 많은 활동과 능력을 인정받은 음악인이다. 특히 전국오페라단연합회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창작오페라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페라가수와 오페라기획자, 오페라해설가 등으로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왔다.

충남대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배재대와 한남대, 안동대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최근에는 르엘오페라단 단장으로 재능기부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편으로는 주한러시아대사관 초청음악회 등 한·러시아 가교 역에 충실하고 있다.

러시아 샬리아핀 기념 콩쿠르 페스토스 입상을 비롯해 제 5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외국어대상, 2016 대한민국 최고국민대상 문화예술부문 공로상, 2017 글로벌기부대상 사회공헌상 같은 그의 수상 이력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러시아 샬리아핀 뮤제이 초청 독창회를 3차례 가졌고, 블라디보스토크 초청 오페라 '카르멘' 주역을 맡았다.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오페라 주역으로 무대에 셀 수 없이 섰고, 수백 차례에 걸쳐 초청음악회 및 독창회·오케스트라 협연을 했다.

밝고 친화력이 있어 후원 그룹이 적지 않다. 김영철 바인그룹 회장이 주도하는 후원 모임이 있고, 재경 충청권 인사들이 중심이 된 후원회가 발족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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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르엘오페라단 단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 2008년에 출범한 자작나무앙상블이 그 모태로 차별화된 클래식을 통한 오페라 저변 확대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르엘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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