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아 모내기를 해야 할 시기에 가뭄이 농민들의 애간장을 녹이더니, 이젠 급작스런 폭우로 인해 농작물과 도로와 집까지 덮쳐버린 물난리에 고생하는 7월이다. 농작물이 말라 죽더니 연일 쏟아진 폭우로 인해 사람이건 농작물이건 온통 물난리를 겪고 있다. 뉴스를 보면 기상예보를 통한 대비가 잘 안 되고, 생각지도 못한 날씨 상황을 급작스레 맞이하게 하니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극심한 가뭄으로 소양강댐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어떻게 물을 더 보충할까 고심하는 보도를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물이 넘칠 땐 또 두 손 놓고 쳐다만 보게 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지구 온난화와 맞물린 기후변화 영향이라고 하지만, 가뭄과 물난리의 롤러코스터를 해마다 타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이미 우리나라가 물난리로 인해 벌어진 안타까운 상황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장 가까운 충북의 청주에서 엄청난 물난리로 아직 피해복구가 진행 중이며, 폭우 속 도로를 복구하다 숨진 사람의 순직 처리가 안 된다는 안타까운 사연까지 연일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치수가 잘 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치지 않는 물난리 후유증은 국민적 트라우마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여름철 바캉스를 떠나는 풍경도 보도되고 있다. 무더운 여름 직장인들의 휴가와 가족여행의 모습을 북적이는 공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릴 적 여름방학은 더운 여름을 잠시 쉬게 된다는 기대감, 그리고 외할머니 댁이나 친척집에 나들이 삼아 놀러간다는 마음에 무척이나 설레었다. 커다란 고무 물통에 물을 받아 수박을 담가 놓았다가 가족들이 옹기종기 마루에 걸터앉아 나누어 먹던 여름밤은 지금도 마음 따뜻하고 행복했던 유년기 시절의 추억으로 떠오른다. 그러다 장맛비라도 쏟아지면 또 지금처럼 물난리를 경험했다. 하수구가 넘쳐 집집마다 물난리를 피하려 안간힘을 썼던 모습은 여전히 지금의 물난리와 비슷한 점이 꽤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 바캉스와 물난리가 비슷한 시기에 겹쳐진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물은,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시원하게 같으면서도 다르게 우리와 늘 함께 한다. 물난리도 우리의 현실이고, 한여름 바캉스도 우리 생활의 일부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물난리를 겪는 우리 이웃들의 아픔과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여름 휴가철의 소소한 여행계획을 무어라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여행을 떠나더라도 물난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에게 염려하고 위로하는 공동체 의식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최근 청주 등 충북지역에 폭우로 인한 물난리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충북도의원들과 관계 공무원들이 유럽으로 해외연수에 나섰다가 국민들의 빗발치는 비난이 쏟아지자 급히 귀국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그럴듯한 해명을 한다 하더라도 도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도의원들이 홍수피해로 절망에 빠진 도민들을 뒤로 한 채 외유성으로 비쳐지는 해외연수에 나선 것은 정당화 될 수도 없고 도민과 국민들의 정서적 동의를 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도의원 같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절망과 실의에 빠진 수재 이웃과 마음으로라도 함께 하며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할 때 여름철 바캉스가 더욱 신나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마다 반복되는 물난리를 보면서 매년 지원되고 투자되는 관련 예산의 효율성이 궁금해진다. 하천관리·치수·이수 등 수량 관리는 국토교통부가 맡고, 환경 및 수질관리는 환경부가 맡고, 농업용수·농어촌 저수지 등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맡고 있고, 수력발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고 있으며, 소하천 정비 및 재해 대응은 국민안전처가 각각 맡고 있다. 여기에 K-water도 있다. 물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할 땐 언제나 편히 물을 쓸 수 있고, 가뭄이 심해도 적정량을 끌어와서 물이 콸콸 나오게 하며, 홍수로 물이 넘쳐날 때는 적정량을 신속히 덜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폭우가 쏟아져도 물난리 걱정 없이 신나게 바캉스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혜자 대덕대학교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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