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잊었겠지만,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의 주된 쟁점 중 하나는 경윳값 인상 논란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의 절반에 가까운 경유차 소유자 중 상당수는 휘발유보다 ℓ당 200원정도 싸다는 장점에 선택한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경유에 매기는 세금을 올린다는 건 지난정권의 담뱃세 인상처럼 `서민증세`라는 의구심이 폭넓게 일었던 게 사실이다. 이어, 2월부터 5월까지 봄철 우리가 마시는 적잖은 미세먼지 생성에 경유가 과연 가장 큰 원인물질인가 하는 논란으로 번질 참이었다. 이 시점에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경윳값의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한마디는 중장기적으로 경유세를 올리겠다는 정부 방침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경유세 인상은 머지않은 장래의 일로 인식되게 됐지만, 개운찮은 뒷맛을 지우지는 못한다.

관련 공청회에서 발표를 맡은 연구원은 경윳값이 휘발윳값보다 20% 비싸져도 초미세먼지는 겨우 1.3% 감소하는데 그친다고 발표했다. 또 세수는 5조 원 이상 증가하지만 8년 뒤에는 실질임금과 민간소비가 줄어 실질1인당국내총생산이 0.21%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마자 경윳값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서울발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이에 경유차 소유자를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비등해지자 기획재정부는 인상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고선 이를 뒤집는 김 위원장의 언급이 나온 것이다.

그렇지만 미세먼지 발생에 경유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선입견은 사라지지 않는다. 적잖은 이들은 미세먼지 생성에 경유가 타서 뿜는 오염물질이 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과연 그런가.

우리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때는 통상 2월부터 5월까지 넉 달이다. 대기순환이 잘 안 되고 정체되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6월로 접어들자마자 미세먼지 얘기는 쑥 들어가버렸다. 바람이 잘 불기 시작한데다, 장맛비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미세먼지는 잊혀진 일이 됐다. 미세먼지 발생의 죄를 무엇에 물을 것인가 하는 논란은 내년 초에나 다시 떠오를 것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건너온다는 점은 많은 연구결과가 입증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발 미세먼지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70%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충남 서해안의 화력발전소와 전국의 각종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미세먼지의 40% 이상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노면을 달리는 자동차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자동차로 인해 나오는 미세먼지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선뜻 외면할 수 없는 연구결과도 있다. 휘발유를 직접 분사하는 방식의 지디아이 엔진은 경유차 못지않게 해로운 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한다는 주장도 이미 나와 있다. 휘발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미세먼지의 원인은 △황사에 섞인 중국발 오염물질 △화력발전소 △산업체에서 내뿜는 물질 △경유차 배기가스 △타이어 발생 미세먼지 등의 순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다만 이 가운데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해롭고 악영향을 끼치는지 확실하게 규명할 정부 주도 연구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동안 이게 없었다. 정부가 무책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학계·민간에서 나오는 연구결과를 보고 국민들은 원인의 대략적인 경중을 가릴 순 있지만, 데이터가 각기 다른 건 각각의 연구에서 기준·연구기간·접근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통일된 기준·연구기간 등을 잡고 종합적인 연구를 하거나 주도해야 하는데 여태 이를 외면한 것이다. 그러다 미세먼지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 과학적 연구도 없었으면서 섣부른 대책만 내놓다 신뢰를 잃었다. `고등어구이 연기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웃기는 발표는 이렇게 나온 것이다.

경유가 청정연료는 아니다. 경유차 소유자들이 합리적인 세금부과까지 거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과학적이고 심층적인 규명 없이, 경유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모는 인식교정 없이 세금을 올리려는 기도를 경계하는 것이다. 중국에 힘주어 말하지도 못하고, 피부에 와 닿는 석탄화력발전소 대책도 없이 만드는 이런 분위기에 서운할 뿐이다. 그러잖아도 운전자들은 휘발유든 경유든 일본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주유하고 있다.

류용규 편집부국장 겸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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