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 스틸컷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 스틸컷
몇 년 전 영국의 한 신문에 런던 외곽인 코츠월드 전원 지역을 파괴한 일가족의 기사가 났다. 그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의 65%가 한 가족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지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의 각본가이자 제작자인 알라스테어 시든스는 이 기사의 일가족을 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무법자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가족`보다는 `무리`의 개념을 갖고 있던 가족의 악행, 무법적인 잔인함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다루고 있는 건 이들에게도 `가족`이라는 유대가 있다는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서로 화를 내고,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흐르고 있다. 사랑에 관한 영화, 부자 관계를 다루는 영화이면서 3대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다.

도시 외곽에 터를 잡고 법에 구애 받지 않은 채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무리의 리더 `채드`(마이클 패스벤더)는 아들 `타이슨`(조지 스미스)만은 제대로 된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채드의 아버지는 손자 역시 대를 이어 무리의 리더로 키우려 한다. 아들을 위해 아버지와 맞서기로 한 채드.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서 큰 절도 사건과 함께 아들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자 경찰은 골칫거리였던 채드를 주목하는데… .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채드 역할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는 이번 영화에서도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거친 무법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아들을 위해 변화를 꿈꾸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채드는 아들과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 패스벤더는 아버지의 마음을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는 한편, 무리의 리더로 경찰과 추격전을 펼치는 장면에선 거친 남자의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였다. 아버지 `콜비`(브렌단 글리슨)가 아들을 무리의 리더로 키우려 하는 것에 저항하며 아들을 향한 뜨거운 부성애를 온몸으로 내보일 땐 거친 남자와 뜨거운 아버지의 두 가지 모습을 완벽히 표현했다.

이 영화의 빛나는 이유 중 하나는 연기 구멍 없는 명품 조연 배우들의 완벽한 열연에 있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맡은 아들 채드와 대립관계를 펼치고, 무법자 집단을 이끌며 커틀러 가문의 전통을 지키려 하는 콜비 역에 브렌단 글리슨이 열연을 펼쳐 극의 중심을 잡았다.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빛나는 브렌단 글리슨은 압도적 카리스마를 뿜는다.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건 극 중 나오는 방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인 만큼 영화 속에서 사실성과 진정성을 부여키 위한 장치로 사용된 방언은 캐릭터들에게 알 수 없는 동정을 갖게 한다. 영화 속에서 마이클 패스벤더와 브렌단 글리슨은 영국 코츠월드의 글로스터셔 억양에 기반을 둔 사투리를 구사했다고 한다.

불편한 실화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이 가족이 무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갈등을 보여주며 여운을 남긴다. 이들 가족이 대부분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은행 계좌나 여권, 사회보장번호도 없이 완전히 사회 밖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소외로 인한 사회적 반항과 항의의 방법론이 폭력밖에 없다는 점을 인과적으로 설득한다. 등장인물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았던 건, 이 영화가 여러 차원에서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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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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