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코끼리는 그 모자 코끼리의 주위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치 사 람좋은 이웃 아저씨처럼 모자들 주위를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새끼에게 자애로운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자 산림에 밤이 왔다. 날이 어두워지자 핀사드 영감과 가르토는 그곳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야영을 시작했다.

모자 코끼리는 어두워지자 그곳에서 떠나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갔으나 두목 코끼리는 따라가지 않았다. 너무 붙어 다니면 그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었다.

핀사드 영감은 가르토가 잠자리를 마련하여 쉬고 있으니 두목 코끼리는 그 옆에서 떠나지 않고 경호를 해주었다.

다음날 날이 밝아도 그들은 계속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가르토는 그러면서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었다. 전날 모자 코끼리와 친해졌으니까 그들이 그리로 찾아오기를 기대했다. 그들이 받아 먹었던 바나나도 아직 남아있었다.

정이란 코끼리 사이에도 통했지만 코끼리와 사람 사이에도 통했다. 다음날 아침 피워놓은 모닥불이 꺼지고 있을 무렵에 숲속에서 발짝소리가 나더니 그 코끼리 새끼가 뛰어들었다. 새끼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에 어미가 따라오고 있었다.

야생 코끼리가 제발로 며칠 전에 처음 본 사람들을 찾아 나타난 것이다. 그 며칠 사이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정이 든 것이다.

인도 코끼리 사역사들의 두목인 핀사드 영감은 50년 동안이나 코끼리들과 함께 지내왔으며 코끼리를 누구보다도 사랑했고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코끼리들이 뭘 원하는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코끼리들은 바나나를 아주 좋아했다. 가축 코끼리들은 물론이고 야생 코끼리들도 밀림 안에 있는 바나나 밭을 찾아다니면서 바나나를 별식으로 먹었다. 특히 새끼를 갖고 있는 어미 코끼리들은 영양분이 있는 바나나를 좋아했고 새끼의 이유식으로 선택했다.

핀사드 영감은 자기를 찾아온 모자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주면서 밀림 안을 흐르는 계류로 유도했다. 폭이 50m 깊이가 1m쯤 되는 계류였으며 물이 맑았다.

코끼리들은 그런 계류를 좋아했다.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었고 안에 들어가서 목욕도 할 수 있었다.

코끼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피부에 달라붙어 있는 기생충들이었다. 두꺼운 피부의 주름 안에 밀착되어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 등의 기생충들이었다.

코끼리의 코는 사람의 손처럼 자유자대로 움직이지만 그런 기생충만은 제거하지 못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