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의 이번 유럽행은 말이 해외연수지 일정을 보면 관광지 유람이나 다름없다. 10일간의 일정 가운데 파리 개선문, 모나코 대성당, 피사의 사탑, 베니스 비엔날레 참관 등 관광이 대부분이다. 피렌체 시청과 밀라노 시청 방문 등의 공식 일정도 있지만 끼워넣기란 인상이 강하다. 문화 선진국의 관광, 축제, 예술, 건축 등을 둘러보고 선진문화산업을 충북도에 접목할 방법을 모색한다는 연수 목적 역시 늘 그렇듯 상투적이다. 도의원 4명을 포함해 의회 직원 등 모두 8명에게 들어간 해외연수 경비도 4793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이 시점에 비난받을 것이 분명함에도 굳이 해외연수를 강행했느냐는 점이다. 도의회 측은 이번 연수가 2년에 한번씩 가는 상임위별 해외연수로, 몇개월 전 예약이 끝나 취소를 하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은 부족해 보인다.
도의회는 출발 하루 전인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민의 아픔을 달래주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며 수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곧바로 해외연수를 떠남으로써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심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주민대표는 설자리를 잃는 것이 당연하다. 당장 시민사회단체 등의 항의와 비난이 뒤따르는 것도 도의회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태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