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관심에 힘입어 2009년 `한식세계화 추진단` 출범을 시작으로 한식의 세계화 마케팅에 거금을 쏟기 시작한 지 수년 이 지난 지금, 투자한 시간과 자본에 비해 뚜렷한 성과가 보이진 않고 있다. 여전히 세계 유력도시에서는 `헬시푸드`로 마케팅에 성공한 일식과 독특한 향을 무기로 하는 태국음식 등에 크게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아도 우리나라에 몇 년 째 불고 있는 셰프 열풍 조차 딱히 한식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국가적으로 큰 지원을 받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식이 너무 어렵다는 것에 있다. 우리 국민들이 어렸을 때부터 접하고 먹어온 한식이라지만 막상 한식이 무엇이고 어떠한 것들이 있는 지 설명하려 하면 말문이 막히기 부기지수다. 한식세계화 공식사이트 한식재단은 한식을 `대한민국에 전해 내려오는 조상고유의 음식`이라 규정 짓고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40여 개의 음식으로 분류해 설명한다. 우리 국민에게조차 쉽게 와 닿지 않는 설명이며 40 여 개나 되는 항목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이 카테고리의 음식들 모두 한식에 있어 중요한 음식들이고 그 어느 것 하나 누락하기 미안할 정도로 훌륭한 것들이지만, 진정 한식의 세계화를 추구해 세계에 우리 것의 장점을 자랑하고자 한다면 한식을 조금 더 단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화시켜 한식의 가장 큰 특징을 말하자면 `숙성`, 즉 발효식품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김치, 고추장 그리고 된장 등 한식의 기본이 되는 반찬, 소스들 모두 숙성시킨 음식들이다. 한식 맛의 기본이 되고 건강에도 이로운 `숙성`이라는 콘텐츠를 장점으로 내세워 세계화 시켜야 한다. 사실 발효식품은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각 국에서 세계화하기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지금 건강식, 발효식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기회이다. 쓸데없이 홍보영상 만들고 위원회 만들고 시식회를 여는 것에 돈 들일 것 없다. 세계에서 각자 뛰고 있는 한식 셰프들을 지원해 주면 될 일이다. 자연스럽게 우리 음식이 퍼져나가게 지원해주면 될 일이지 높으신 분들에게 성과를 주기 위해서 직책을 주고 한식판매량을 수치화 할 일이 아니다.

거창하게 시작했던 한식세계화 사업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실패로 끝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국민들의 관심도 상당히 식었다. 하지만 지금도 `제이 조 코마 푸드 트럭` (Jay Cho`s coma food truck), 뉴욕의 `비빔밥 버거` 등 해외에서 성공하는 사례들이 간간히 들려오고 있으며 우리의 훌륭한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적 또한 존중 받아 마땅한 것이다.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해 여기서 그만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위로 끝난 지금까지의 시도들을 타산지석 삼아 더 좋은 방법을 찾으면 된다. 별은 밤에 빛난다고 했다. 한식세계화에 어둠이 찾아온 지금도 누군가는 별이 되어 빛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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