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옥 만년초 교장
이영옥 만년초 교장
"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생선도 있고, 과자도 있고…."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들려오는 귀여운 아이들의 노래이다. 장소에 따라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물의 이름을 기억할 때 활용하는 놀이 중 하나이다.

옆 교실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낭랑한 노래 소리를 듣다가 문득 "학교에 가면 ~ "이라고 흥얼거려 본다.

요즘 학교에 가면 교육활동을 도와주시는 다양한 직종의 어른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예전에는 관리자와 교사, 그리고 교육활동을 도와주는 행정직원이 학교 구성원의 전부였다. 그런데 요새는 교무, 행정, 과학 및 전산, 방과 후 업무를 지원하는 실무원, 급식을 도와주는 영양교사와 조리원, 방과후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을 위한 방과후학교 강사, 맞벌이 부모를 위한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돌봄전담사, 사서, 상담교사 등이 있고, 병설유치원에는 유치원교사와 방과후전담사, 업무실무원 등이 있다. 그 외에도 학교폭력예방 및 안전을 위해 애쓰시는 꿈나무 지킴이 어르신, 당직, 환경미화 등 참 다양한 업종의 근무자가 함께 한다.

이분들 모두 관련 자격증 소지는 물론 아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감성 으로 교육에 관한한 최선을 다한다는 책임감으로 근무한다.

그러나 가끔 이 분들이 불편한 동거(?)에 힘들어 할 때가 있다. 위·아래, 본가지·곁가지, 정규직·계약직 등 본인들의 생각에 따라 서로 선을 긋고 이해관계를 따지고 오해 속에서 갈등한다.

공장에서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톱니바퀴와 크고 작은 벨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정확하게 돌아가야 한다. 큰 바퀴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으로 힘을 연결해 주는 크고 작은 벨트의 도움이 있어야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다. 톱니바퀴 모양을 살펴보면 위로 튀어나온 다음에는 반드시 푹 꺼진 곳이 있다. 한 번 높이 솟았으면 다시 내려오는 구조가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 학교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한 각각의 톱니바퀴와 벨트는 아닐까? 내가 내 자리에서 열심히 돌아 옆에 있는 바퀴를 돌려주고, 이 힘을 저쪽 편에 전달해 주는 벨트에 감사하고 내 몸짓, 마음 표현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양분이 돼 교육의 효력이 실감나는 기쁨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어느 책에선가 `들어주고, 이해하고, 감동하고, 긍정하고.` 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 그러셨구나."

"어머나 세상에! 정말이요?"

"그래도 앞으로는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인성교육, 행복교육. 작은 관심과 배려로 시작하고 채워가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서로를 위한 양보로 한 발 물러서 주는 여유로움이 우리 아이들에게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사랑이 느껴지는 교육이 될 것이다.

`학교에 가면, 교장선생님도 좋고, 교무실 선생님도 좋고, 조리실 선생님도 좋고, 방과후 선생님도 좋고, 유치원 선생님도 좋고……`

사랑하는 아이들의 노래에 이어지는 행복한 학교 어른들의 합창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이영옥 대전만년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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