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초여름에 들어서자 나비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닌다. 꽃무리에 앉아 꿀을 따느라 팔락이는 날갯짓이 사랑스럽다. 한참 동안 나비를 들여다보다 묘한 매력에 빠졌다. 팔랑대는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의 반대편에 기상이변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이론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팔랑이면,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 반대편에 있는 미국 뉴욕에 엄청난 폭풍우가 쏟아진다는 사실,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쯔의 나비효과 이론이다.

과학에 문외한인 입장에서 보면 얼토당토 않는 얘기다. 그러나 눈앞에 전개되는 끔찍한 환경 재앙 앞에서 이 설은 신빙성을 얻는다.

내가 무심코 뱉는 침 한 방울이나 생각 없이 던지는 담배꽁초가 서서히 환경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집을 짓고 도로를 닦는다고 무지막지 파헤치는 것만 환경 파괴가 아니다.

브라질에 있는 아마존 환경연구소는 2015년 여름부터 만 한 해 동안 아마존 열대우림의 8000 제곱킬로미터가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브라질의 최대 상업도시 상파울루의 다섯 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개발과 성장을 위해 망가뜨리는 열대우림 때문에 지구는 끔찍한 재앙으로 몸살을 앓는다. 국지적인 가뭄과 홍수, 미세먼지, 가금류에 의해 확산되는 각종 질병은 두고두고 인간을 괴롭혀 왔다. 환경 재앙은 개발과 성장이 만들어낸 그늘의 한 단면이다.

21세기 전에 인류는 자연과의 충돌로 화석화되고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를 통해 지구 온난화를 언급한 대목도 있다.

"커다란 호수에 연꽃이 있다. 연꽃은 매일 두 배로 늘어난다. 호수의 절반이 연꽃으로 찼을 때,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호수가 연꽃으로 가득 차는 날은 바로 내일이다."

인간은 연못 속의 잉어와 다를 바 없다. 연꽃이 호수를 채우는데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잉어가 유유자적 노는 동안에 연꽃이 순식간에 호수를 덮쳐 잉어의 숨통을 막을 수도 있다. 재앙이 순식간에 닥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새 정부에서 친환경 정책을 확산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 노후된 경유 자동차 운행 제한이나 노후 탈원전 등은 공기 오염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이 나비가 팔랑이는 날갯짓을 따라 지구의 반대편까지 확산되기를 바란다. 유진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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