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군사분계선 내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군사당국자 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갖자고 북한에 전격 제안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산가족 상봉` 등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실천하기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베를린 구상에 대해 북한은 "평화와 북남 관계 개선에 도움은커녕 장애만 쌓는 궤변"이라고 밝혔지만 "선임자와 다른 입장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정부가 북한에 회담을 제안한 것은 새 정부 출범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응한다면 남북 당국자회담은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이후 19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군사회담으로 보면 2014년 10월 비공개접촉 이후 33개월만이다. 북한의 호응여부에 따라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과 달리 군사회담 제안에 대해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유엔과 미국이 북 핵과 미사일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적절한 조치인가 하는 것이다. 자칫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회담에 응해봐야 요구조건만 내세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북한으로선 대북 확성기와 전단 살포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군 통신선 복구 등 우리의 요구는 뒷전인 채 일방적인 주장만 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사정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북한이 회담을 수용할지 속단하기 이르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남북간의 인식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얼굴을 맞대봐야 견해차만 확인할 것이란 생각은 일단 접어두는 게 좋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뤄낼 수는 없다.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내용은 차지하고라도 남북이 마주 앉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정부의 회담제의는 북 핵과 미사일 도발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단절됐던 대화를 복원하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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