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전국악방송이 개국하고 FM 90.5㎒로 전파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대전국악방속은 국악방송의 12번째 지역 네트워크로 대전시와 세종시를 방송권역으로 하고 있다. 이제 대전에서도 24시간 우리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전에 국악방송이 설립되기까지는 권선택 대전시장을 비롯한 많은 지역인사들의 노고가 있었다. 어려운 주파수 환경 때문에 대전지역의 국악방송 사업이 여러 번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정 속에서 지상파 방송 사업권을 확보한 데는 대전시에서 국악방송을 염원한다는 10만인 서명부가 큰 도화선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련의 노력이 성과를 보아 드디어 대전에서 국악방송이 개국, 송출되는 뜻 깊은 열매를 맺었다.

대전국악방송은 광주에 이어 자체 프로그램 제작 기능을 갖춘 2번째 지역 거점 방송국이다. 따라서 충청지역의 중심거점이 되어 지역 전통문화의 발굴, 보급과 확산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다. 대전이 첨단과학의 도시가 되기 위해 열중해 왔던 만큼 `국악의 불모지`라는 오명도 씻을 기회가 될 것이다. 대전은 물론 충청지역의 전통예술은 아직도 제대로 그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중고제 판소리는 물론 충청의 민요나 전통극, 연주와 공연예술 등 조명받을 우리 것이 산적해 있다. 전통문화의 원형콘텐츠를 잘 살리는 것이 첨단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전통음악은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으며,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리듬과 선율을 가지고 있다. 궁중음악과 풍류방 음악, 민속음악, 혹은 기악곡 성악곡 등으로 구별되는 우리 음악은 한국인의 미학과 풍류, 신명과 한풀이 등을 너무도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근대화에 밀려 서양문화에 많은 것을 내어 주었지만 우리의 뿌리이자 정체성인 국악을 모르는 것은 내가 자라온 고향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간 우리 음악교육 내에서도 국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기 때문에 학교교육 내에서도 점차 국악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현재의 문화 내에서 국악방송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대전국악방송의 뜻 깊은 개국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먼저 국악의 대중화이다. 국악이 어렵고 고루하고 따분하다는 인식을 벗어나, 생활 속의 국악이 되도록 하는 데 노력해주길 바란다. 어머니의 노래로 이어지는 우리의 음악은 즉흥성, 구전성이 강한 생활 속의 음악이었다. 음악은 시대에 따라 변화와 재창조의 옷을 입는다. 21세기 한국인들이 흥얼거리며 부를 수 있는 노래, 어릴 때부터 상시 배울 수 있는 민요, 악기의 개량 보급 등 대중적으로 친밀한 음악이 되도록 해주길 바란다.

두 번째는 국악의 예술화이다. 우리 국악은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생성되어 시작은 매우 토속적이고 향토적이었다. 인간의 삶과 예술이 불가분리의 관계이기 때문에 생사고락 안에서 음악은 창출되고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많은 젊은이들이 국악을 전공하고, 점차 전문화되어 가고 있다. 많은 대학에 국악과과 설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음악으로 미래를 짊어질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 그리고 우리 음악이 지닌 높은 경지의 예술성을 많은 청취자들에게 알려주기 바란다. 국악방송을 통해 대전·세종지역 시민들이 국악의 예술성에 감동하고 심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세 번째는 국악의 세계화이다. 우리가 자라면서 배웠던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의 민요 `오 수제너` `로렐라이` 등을 기억할 것이다. 자국의 민요나 음악에 무지한 사람들은 자기 옷을 버리고 맞지도 않는 남의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 설령 그것이 `글로벌`을 중시하는 지식의 일환일지라도 진정한 경쟁력은 우리가 우리의 것을 알았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쉼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사회가 진정한 세계와의 소통, 화합, 조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 음악과 세계 음악이 동등한 자부심 속에서 교류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한 충청의 국악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전국악방송에서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솔바람 물소리` `충청풍류 다이어리` `금강길 굽이굽이`가 시작되었다. 지역방송으로 시작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대전·세종지역 시민들에게 국악의 갈증을 풀고 애향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통 원형의 깊은 울림에서부터 퓨전의 신선함까지, 어린이들의 동요에서부터 어르신의 타령까지, 예악의 정수 궁중음악에서부터 난장과 신명이 넘치는 풍물에 이르기까지 국악방송에서 온종일 우리 귀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국악방송을 통해 국악교육의 저변확대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최혜진 목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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