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내가 앉은 침목무늬 의자 틈으로

목을 빼고 있었어요

담벼락 높은 집 귀퉁이의 손톱만한 꽃

아스콘 냄새 차오른 도로변에도

망초 피어 사람냄새 남아있는 곳이라 했어요

논두렁 밭두렁에 두셋 혹은 무리

과수댁 할머니는 낫질로 쓱싹 베어내면서도

"고놈 예쁘다 고놈 아깝다"

차곡차곡 밭둑에 둘러놓았죠

연해주로 떠나가 돌아오지 않는 가장

찾아 나선 숯 검댕이 속 발화했을 거예요

창살 둘러놓은 철문 아래

아름답다고 불린 것들은

점점 입체를 바라볼 수가 없었어요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가는데

맘대로 안 되니 `망할 놈의 풀` 불렀을 거예요

모든 것 들에게는 다 사정이 있고 내력도 있다. 그저 나동그라진 돌멩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왜 거기에 그렇게 와 있는가 물으면 다 속사정이 있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하였지만. 그게 어찌 인간만 그러하겠는가.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그러하겠지. 모든 것은 여기 와 있게 되는 이주의 역사가 존재하는 법이다. 망초의 내력은 어떠한가. 망초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귀화식물이다. 일명 계란꽃이라고 불렀다. 어린 날 학교 가는 길가에 피어 잘게 갈라진 흰 꽃잎 안에 노오란 꽃잎이 들어앉아 있었다. 배고픈 시절 그것이 꼭 계란 후라이 같아 그렇게 불렀다.

농작물 키우는 농부들 입장에서 생명력 강한 그것이 농작물 성장을 방해하는 풀로 밭에 들어와 성가시게 굴기만 했다. 아무 짝에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망초(亡草)라 불렀다 한다. 망할 망, 풀초. 한술 더 떠 개망초라니. 매우 험악한 표현이다. 힘겨운 노동으로 피곤하고 배고픈 농부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미심장하게도 그 꽃말이 화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미 오래 동안 우리 땅에 몸 붙이고 살아오더니 이제는 온 들녘마다 지천으로 널린 것이 망초고 망초 꽃이다. 김완하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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