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야생화 일기

1845년 7월 4일부터 1847년 9월 6일까지 2년 2개월 남짓 동안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근처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산 체험을 기록한 책 `월든`은 여전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고전이다. 그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평생을 사랑해 마지않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야생화이다.

`소로의 야생화 일기`는 저자가 1850년부터 1860년까지, 10년을 매일같이 월든 주변의 야생화를 찾아 다니며 야생화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 시시각각 변모하는 야생화의 피고 짐을 관찰하며 느낀 사유의 단편들을 기록한 야생화 관찰 일기다. 수련, 물망초, 접시꽃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꽃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퍼플 베르노니아, 로툰디폴리아초롱꽃, 필브리아타잠나리난초 등 우리에게는 생소하거나 처음 접하는 낯선 꽃들의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식물 용어는 500여 개에 달해 저자를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식물애호가들에게는 새로운 꽃들을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책을 엮은 제프 위스너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야생화와 자연의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질 수 있도록 1850년부터 1860년까지의 일기를 연도순이 아닌 날짜순으로 구성했다.

`계절이 끊임없이 순환하고 봄과 새 생명이 다시 오리라는, 가끔은 흔들리는 이 믿음을 다잡기 위해 꽃을 바라보았다`라는 저자의 일기를 통해 꽃의 피고 짐, 그 자연의 순환을 통해 언제나 새로운 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박영문 기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제프 위스너 엮음·배리 모저 그림·김잔디 옮김·이유미 감수/ 위즈덤하우스/ 464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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