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오브 이블

폭발 사고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은 탐정 스트라이크. 그의 파트너 로빈 엘라코트에게 수수께끼의 한 상자가 배달된다. 상자에 든 것은 이름 모를 여자의 잘린 다리. 어느 누가 이들에게 기괴한 짓을 저질렀을까.

스트라이크는 문득 떠올려 본다. 그리고 과거 그가 만났던, 그 중에서도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용의자 4명을 꼽아 본다. 종신형을 살게된 도널드 랭, 어머니 레다의 살인범으로 법정에 섰던 휘태커, 아니면 신체 마비나 수족 절단을 갈망하는 트랜스에이블(Transabled)? 신체 절단자에게서 성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아크로토모필리아(Acrotomophilia)까지….

끔찍한 배달 이후 탐정 사무소의 일거리는 점점 줄어들게 되고, 로빈과 스트라이크는 독자적으로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이들의 탐정수사가 좁혀올수록 의문의 연쇄 살인마는 그만의 살인 기념품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살인 행각을 벌인다. 누가 다리를 보냈을까. 다리의 주인은 살아있을까.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는 도대체 누구일까.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J.K롤링이 돌아왔다. 지은이 로버트 갤브레이스는 J.K롤링의 필명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코모란 스트라이크`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더욱 완숙해진 문체, 빈틈 없는 얼개, 더욱이 새롭게 창조해낸 극악의 연쇄살인마는 독자들의 긴장감을 돋운다. 생생한 묘사와 전개는 탐정사무소가 위치한 런던거리,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로열 마리, 멜로즈, 북부 배로인퍼니스 등 영국 곳곳을 작품 속 주인공들과 함께 거니는 기분을 준다.

J.K롤링은 지난 2014년 초, 노스 요크셔에서 열린 범죄 소설 페스티벌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이 소설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이번 시리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해리포터와 전혀 다른 이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체를 아우르는 주요한 스토리 라인과 탐정이 살아 있는 한, 그에게 계속 사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며 작품 속 열린 결말의 의미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그의 바람처럼 현재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는 브론테 필름 앤드 텔레비전이 제작을 맡아 BBC One의 TV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작품 속 숨겨진 재미도 볼 만하다. 책의 제목은 실존하는 밴드 블루 오이스터 컬트(Blue Oyster Cult)의 노래에서 따왔다. 장이 넘어갈 때마다 블루 오이스터 컬트의 노래와 가사가 적혀 있는데 이 또한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 가미시킨다.

커리어 오브 이블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소설이다. 또 공과 사의 기로에 선 한 남녀의 심리소설이기도 하다. 뜨거운 여름, J.K롤링의 신작과 함께 짜릿한 스리를 느껴보자. 어느새 범죄의 한복판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욱 기자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고정아 옮김 / 문학수첩 / 344쪽 / 각권(총 2권) 1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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