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 왜 지방분권 개헌인가 - 지방 발목잡는 현행 헌번 고쳐야 한다

전국 시`도지사 17명은 지난 6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해 지방분권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 지방분권 개헌 실현을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경북도 제공
전국 시`도지사 17명은 지난 6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해 지방분권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 지방분권 개헌 실현을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경북도 제공
30년된 현행 1987년 헌법이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어서 지역발전 활동을 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은 물론 학계와 지방분권운동 사이드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허울 뿐인 지방자치라는 것이다. 지방정부를 자치의 주체로 인정하지도 않고, 그에 합당한 지위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이유다. 결국 이름은 지방자치지만 이를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법령을 집행하는 하급기관일 뿐이다. 현행 헌법에서는 지방정부라는 말도 쓰지 못해 지방자치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것부터 이런 한계를 방증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이 지방자치 정착의 발목을 잡는 이유를 짚어봤다.

△지방자치단체의 하급기관화 = 지방자치단체이 자치입법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 중앙정부가 법령으로 자치사무에 대한 세세한 규정을 하고 있어 현실에 있어서는 자치입법권을 통한 입법의 여지는 거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위임사무는 물론 자치사무에 대해서도 법령으로 상세한 지침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독자적인 지방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자치사무도 그 지침이 중앙정부에 의해 법령의 형식으로 이미 다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서 그렇다. 지방자치단체는 독자적인 정책구상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자치주체가 아니라 사실상 중앙정부의 하급집행기관이 되는 셈이다.

헌법이 그 자체로 지방의 자치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나 제59조 등 여러 조항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 법률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지방자치단체가 활동할 수 없도록 해 지방의 행위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결국 헌법은 지방자치단체를 행위능력이 없거나 모자라는 제한능력자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손발을 묶어놓고 중앙정부만 쳐다보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법령을 통해 전국적으로 지방에 하달한 획일화된 정책은 지방 실정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거나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앙정부는 과부하로 기능장애에 시달리고, 지방자치단체 수족이 묶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조직권의 무력화 = 헌법 제118조는 의회와 집행기관의 선임방식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방식 등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고, 행정혁신은 조직혁신을 통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방조직을 기관의존형으로 할 것인지, 기관독립형으로 할 것인지, 합의제기관으로 할 것인지, 집행기관과 지방의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지방선거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일일이 중앙정부가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독립해 분가한 자식의 집에 있는 가구배치를 부모가 결정하고 자식들이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지방분권이 체질화 된 스위스에서는 중앙정부의 조직은 지방정부의 조직 중에서 잘 운영되는 것을 본받아 혁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앙정부를 합의제기관으로 운영하는 것, 직접민주제의 도입 등이다. 이렇게 해야 아래로부터의 정부혁신도 가능하게 된다. 지방의 조직 자율성을 통해 다양한 조직형태를 실험하고 그 중에서 검증된 우수한 제도를 다른 지방이나 중앙정부가 채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을 전국적으로 획일화함으로써 지방의 필요에 따라 조직을 변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고 있다.

△지방재정 위기 유발 =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세를 조례로 신설하려고 하지만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헌법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에 가로막힌다. 돈에 관한 한 지방은 중앙정부가 주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복과세를 다른 법률로 규정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주요세원인 소득세나 법인세 등을 조례를 통해 지방세원으로 할 수 있도록 법률로 위임하는 것조차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자체수입의 확보방안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 봉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방의 재정적 중앙정부 의존은 심화되고 지방의 자기 책임성은 실종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각종 복지정책을 도입해 포퓰리즘 정책을 양산하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비용부담의무를 일부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비용을 전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재정이 취약해지고 있으며 디폴트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의 과제를 지방이 수행하도록 했으면 돈이라도 제대로 줘야 하는데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비용 부담은 안중에 없다. 중앙정부는 인기영합정책을 양산하지만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것이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는 쓸 돈이 부족해 허리를 졸라 맬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지방의 비용부담으로 자기들 생색만 내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 사무수행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허덕인다. 정작 자치사무나 자체사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고갈에 가깝게 된다. 이는 자치 없는 명목상의 자치다. 하지만 헌법상의 한계에 부딪혀 중앙정부의 비용전가를 방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이나 경기도 같은 힘 세고 돈 많은 지방자치단체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헌법이 지방의 창의적이고 적극적 활동에 장애가 돼 국가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헌법을 개정해 새로운 국가운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신협 매일신문=모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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