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인도에서는 흰색을 성스러운 색으로 알고 흰색의 동물들이 성스러운 동물로 숭앙된다. 흰 코끼리 흰 소 흰 공작들이 모두 신성한 동물로 모셔진다. 특히 흰 코끼리가 그랬다. 인도에는 매년 수많은 의식이 거행되는데 흰 코끼리는 그런 의식의 행렬의 선두에서 의식의 행렬을 끌어간다. 의식에 참여한 수만 명의 사람들은 모두 엎드려 큰 절을 하면서 의식을 선도하는 흰 코끼리에게 길을 내준다.

그런데 1931년 10월에 영국에서 야생동물을 전문으로 치료해주는 병원을 경영하는 수의사 마드리드양에게 인도 정부로부터 정중한 초청장이 도착했다. 인도 정부에서 모시는 흰 코끼리를 치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마드리드양은 애인이고 협력자인 스페인의 가르토와 함께 간다는 조건으로 초청을 받아들였다. 가르토는 야생동물을 생포하여 세계 각 동물원에 납품하는 사냥꾼이었다.

"흰 코끼리라고…. 인도에서는 흰 코끼리를 신으로 모시고 있다는데…."

가르토의 말에 마드리드양이 웃었다.

"신은 무슨 신…. 흰 코끼리는 색소 결핍증에 걸려 있는 코끼리지."

그러나 조심해야만 했다. 인도 정부가 흰 코끼리를 신으로 모시고 있으니 그의 병을 치료하려고 가는 수의사들도 그렇게 해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불경한 태도를 보이면 엄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인도정부는 신성한 흰 코끼리를 치료해줄 사람들에게 비행장까지 국빈을 모시는 마차를 보냈다. 그러나 마드리드양은 인도 정부의 극진한 접대를 모두 사절하고 바로 흰 코끼리가 사육되고 있는 인도국립코끼리 사육장으로 갔다.

인도 정부가 신으로 모시는 흰 코끼리가 거기에 있었다. 자기를 돌봐주고 수십 명의 사람들을 경멸하듯 내려다보면서 사육장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틀림없이 색소결핍증에 걸려 몸 색깔이 흰색이었다. 그러나 인도 정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흰색은 아름다운 순백색이 아니고 여기저기에 얼룩이 더러운 색깔이었다.

그런데 인도 정부가 치료해달라는 병은 그 색소 결핍증이 아니었다. 그 코끼리는 아가리 안쪽에 있는 이빨 하나가 썩어가고 있었으며 고쳐달라는 것은 바로 그 이빨이었다.

그놈은 사람들을 모두 노예로 알고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육사들이 세 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그런 사나운 놈의 이빨을 어떻게 해주겠는가.

마드리드양과 같이 그곳에 간 가르토는 인도정부가 제공해준 호화로운 숙소에 가지 않고 어느 산림개발현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수십 마리의 코끼리들이 잘라진 나무들을 산기슭에까지 운반하고 있었으며 그들 코끼리들을 부리는 사육사들의 숙소도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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