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배고픈 사람은 음식을 바라보고, 목이 마른 사람은 물을 바라본다. 무엇인가 사고 싶은 사람은 돈을 바라보고, 열심히 배우고 싶은 사람은 책을 바라본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시선은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 무엇인지 잘 말해준다.

오늘을 사는 대학생들은 무엇을 바라보는가.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바쁘다. 언뜻 보면 교수보다 더 바쁜 스케줄에 전공공부, 아르바이트, 어학, 봉사활동, 현장경험, 자격증 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그 와중에 데이트까지 한다. 스펙을 많이 쌓아야 취업이 보장되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대학생들을 상담하면서 기억에 남은 일화가 있다. 한 학생은 1학년인데 4년 후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학년별로 성취해야 할 과제가 있는지 꼭 알고 싶다고 했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필자의 마음엔 4년간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고정된 레일이 떠올랐다. 이탈해서는 안 되는 단단한 레일 말이다. 또 다른 학생은 4학년인데 나름 열심히 스펙을 쌓아왔지만 졸업을 앞두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했다. 힘내라고 다독였지만 스펙 쌓기에 고단했던 마음,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불안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어찌 대학생뿐일까! 공자(孔子)가 말하길 나이 마흔이면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분별하고 자신을 절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둘러보면 40대 이후의 중년들이 불혹(不惑)의 삶이 아닌 미혹(迷惑)의 삶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공자가 말하는 분별력과 절제력은 오간데 없고 외부 상황에 따라 우리의 마음이 모빌처럼 움직인다. 경제적인 불안, 취업기회의 제한, 가정해체, 높은 자살률, 정치체제의 변동 등이 우리 내면을 흔들어댄다. 아니 어떻게 하면 이 불안한 세상에서 남들보다 빨리 안정되고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부모는 자녀들의 부요함을 바라면서 배고픔을 이겨냈고, 배움의 기회가 부족했던 부모세대는 다음세대가 더 많이 배워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을 기대하면서 기꺼이 희생했다. 힘들어도 자신의 갈증과 갈급을 아름다운 미덕으로 승화시켰다. 요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받은 배우자는 자식만은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바라면서 강인해지고, 외로운 사람은 내 마음을 알아줄 그 누군가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인내한다. 결코 돈이나 아파트 평수, 좋은 차, 학벌이나 인맥과 같은 외적인 조건들이 우리의 갈급함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대안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취업`이라는 목표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바쁜 시간을 보내는 대학생들은 과연 행복할까?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그들의 일상은 만족스러울까? 학생들과 함께하는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단순한 스펙 쌓기는 모래 위에 성을 쌓듯 외형을 살찌울 수는 있어도 결코 내면의 성장까지 담보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다음세대의 중심이 될 청년들이 취업이 삶의 목표가 돼 자신의 정체성과 대의명분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한창 배워야 하는 학생들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어 미래를 꿈꾸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자리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 자신이 누군지를 발견하는 기쁨은 스펙 쌓기를 통한 만족과 차원이 다른 것이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행복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값진 선물이다. 행복은 외적인 치장으로 꾸미기 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채울 때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는가? 우리는 무엇으로 채워지길 바라는가? 우리가 빈그릇을 바라보는 이유처럼... 박미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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