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마리의 비비들이 계곡의 위쪽에 숨어 있었다. 비비들은 자기들의 무기인 돌을 충분하게 준비해 놓고 있었다. 적들을 계곡으로 유인해 놓고 위쪽에서 집중 공격하는 전법은 중국의 삼국지에 나오는 전법이었는데 비비들은 그걸 알고 실천하고 있었다.

현대 과학 세계의 무기인 총을 갖고 있던 백인 경비대들은 비오듯 날아오는 돌을 피할 수 없었다. 20m나 되는 높은 곳에서 날아오는 주먹만한 돌들이었기 때문에 맞으면 큰 충격을 받고 피를 흘리게 된다.

백인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총을 발사했으나 그 총탄들은 계곡 위쪽에 있는 바위 뒤에 숨어 있는 비비들에게 맞지 않았다.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도망가…. 모두들 도망가."

지휘관의 명령도 비명소리 같았다. 약 10분 동안이나 무방비로 돌맹이 공격을 받았던 백인들은 겨우 계곡에서 빠져 나왔으나 모두가 피투성이었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중상자도 대여섯 명이나 되었다.

겨우 계곡에서 기어나온 백인들은 계곡 위에서 비비들을 수색했으나 비비들은 이미 달아나 한 마리도 없었다. 그렇게 치고 도망가는 전법도 삼국지에 있었다.

백인 경비대들은 그날 작전을 중단하고 바위산에서 물러났다. 거의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있었으며 치료를 하는데도 1주일이 걸릴 것 같았다. 참담했다. 비비들을 그저 원숭이의 일종이라고 본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치료가 거의 끝난 1주일 후에 백인 경비대의 진용을 정비하여 다시 바위산으로 쳐들어갔다. 전번 작전때에는 상대가 사람과 같은 종류인 비비였기 때문에 총을 쏠 때는 되도록 죽이지 않게 급소를 피하기로 했으니 이젠 달라졌다. 비비들을 죽여도 좋다는 명령이 내려지고 있었다. 야생동물 애호협회에서 뭐라고 말하든 싸움에서 이겨야만 했다.

그러나 그 바위산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바위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 비비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총탄은 바위에 맞아 불꽃을 튕길 뿐이었다.

근대사회가 발명한 총은 그런 곳에서 는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총탄은 일직선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비비들이 바위 뒤에 숨어버리면 맞지를 않았다.

거기에 비하면 비비들의 무기인 돌들은 위에서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고 밑에서 위로 날아갈 수도 있었으며 옆으로 휘어져 날아갈 수도 있었다.

총탄과 돌맹이의 싸움은 돌맹이가 유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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