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의 연주는 다 훌륭했어요. 그런데 대전예술의전당의 진행 미숙이 연주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렸죠. 공연 완성도는 물론 공연장의 수준은 디테일에서 나오는데, 창피할 정도였어요."

지난 4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린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에 대한 지역의 한 음악평론가가 내린 평이다.

대전예당이 올해 그랜드 시즌으로 올린 이번 무대는 일흔한 살의 거장 피아니스트가 가진 명성에 어울리게 객석은 매진됐다. 그런데 공연 시작 전부터 장내는 어수선했다. 공연 팸플릿에 곡목이 잘못 안내되면서부터다. 이날 팸플릿에는 백건우의 대전 공연 곡목이 아닌, 전에 했던 곡목이 인쇄돼 있었다. 그러나 안내 방송은 백건우의 원래 레퍼토리에 대한 숙지가 안 돼 있는 듯했다. 처음 방송은 팸플릿의 곡목 순서가 바뀌었다는 내용으로, 그것도 백건우의 사정으로 변경하는 듯한 뉘앙스로 들렸다. 두 번째 방송에서 제대로 된 곡목을 불러준 후에야 공연은 시작됐다. 백건우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숨을 죽였지만 곡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공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1·2부에서 백건우는 등장·퇴장을 따로 하지 않고 두 곡씩 연주를 이어나갔고 관객들은 박수칠 타이밍도 놓쳤다. 일부 관객들은 중간에 퇴장하기도 했다. 대전예당 관계자는 백건우의 공연을 담당하는 기획사의 실수라고 했지만 기획사는 황당하다며 실수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관장이 앙상블홀에 있었지만 실수에 대한 대처는 아마추어보다 못했다.

대전예당의 공연 진행 미숙함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있었던 소프라노 황수미 독창회에서는 레파토리 프로그램 노트가 빠지면서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 4월 말 예정되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무대는 공연 2주 전 급작스럽게 취소됐다. 연주자의 사정이 있었지만 정경화는 같은 달 영국과 미국 연주 일정은 그대로 소화했으며 대구 공연은 연기했다. 이달 초 서울 공연도 일정대로였다.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대전예당의 이 같은 운영 및 대처 태도를 보면 결국 내부 시스템의 문제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조직 간 소통이 안 되는 건지 합리적 의문을 품을 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내년이면 대전예당이 개관한 지 15주년이다. 예당은 내년 기획 공연 준비에 분주하다. 기대가 아닌 우려가 드는 게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강은선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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