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동 대전소방본부 대응관리과장
송기동 대전소방본부 대응관리과장
사마리아 출신으로 긴 여행을 떠났던 한 사람, 그는 여행 중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나 다 죽어 가는 사람을 발견하자 성심껏 치료하고 가까운 여관에 옮겨 회복을 부탁하고 길을 떠난다. 그와 우리 시대의 119 구급대원을 빗대어 보는 것은 무리일까? 구급대원의 격무 현장을 방문해 보고, 그들의 애환을 들어 보자면 이 시대 한국 119 구급대원과 수세기 전 사마리아 땅의 의인을 자연스럽게 견주어 보게 된다.

특히, 응급처치 현장에서 언어적·신체적 폭행에 노출돼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근무지를 지키는 대원들의 애환을 들어 보면 119 배지를 단 사마리아인들에게 찾아온 고통이 더 안타깝게 여겨진다.

전국 통계자료를 살펴보더라도 보고 되는 구급대원 폭행의 건수는 2014년 131건에서 2015년 198건으로 2016년에는 199건으로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폭행 양상도 진단서 3주 이상 상해를 동반하는 폭행에서부터 경미한 폭행, 폭언 등으로 다양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구급대원에게 보이는 정신적 피해의 양상은 단순한 무력감이나 상실감을 넘어서 PTSD, 우울증 진단 등 보다 전문적 치료를 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안전처에서도 이러한 폭행의 심각성을 인지해 폭행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고, 폭행 발생 시 적극적인 사법처리를 통해 폭행을 감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대전시 소방본부에서도 폭행사고 발생 시 소방관서에서 직접 수사하도록 해 죄의 경중에 따라 징역 및 집행유예, 벌금 등의 처분을 받도록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폭행 가해자의 특징은 음주 만취자라는 점이다. 지난 3년간 통계를 보면 전체의 90% 정도가 음주 만취상태에서 구급대원 폭행사고가 발생했다. 음주한 사람에게 부상이 동반돼 구급 이송이 요청되는 경우에는 119에 신고해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이거나 응급처치가 필요 없는 경미한 부상으로 구급대를 부르는 경우이다. 단순 음주자나 경미한 부상으로 자력 조치가 가능한 비응급 신고자에게는 이송을 거절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구급대원의 입장에서는 거절하기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2016년 대전지역 구급대 출동건수는 7만3002건으로, 10년 전에 비하면 2만 여건이 증가했다. 그만큼 119에 보내는 시민의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누구든지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119를 떠올리고 신고까지 행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신뢰도가 올라 간 만큼, 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이 꼭 필요한 곳에 119가 달려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절제하는 시민의식일 것이다. 그래야 119 배지를 단 이 시대 사마리아인들의 선의가 꺽이지 않고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선의를 마음껏 베풀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송기동 대전소방본부 대응관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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