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최대 화두는 일자리와 일할 사람 구하기이다. 정부가 온갖 대책을 다 쏟아 내고 있지만 이에 흔쾌히 동의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진영 논리와 탁상행정이 아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와 모습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사람 경영에 특별하다는 소문을 듣고 천안 제5산업단지의 동합금 주조회사인 M사를 찾았다. 시뻘건 쇳물이 용수에 흘러내리며 수증기와 함께 뿜어내는 소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기가 질린다. 수증기는 내부의 미세 먼지와 어우러져 실내를 희뿌연하게 만들고 있다. 작업자 몇 사람이 용해로 옆에서 연속 동작으로 삽질을 한다. 열기 많은 공간에서 헬멧에 방진 마스크, 그리고 두꺼운 장갑까지 착용한 상태다. 소음과 방진 마스크 때문에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없어 손짓으로 대충 소통해 보았다. 사연인즉 "일 하기 힘드시겠네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헌데 작업자는 20세 전후의 젊은이이고 안경 너머로 보여주는 눈길에 생기가 돈다. 다음 작업장으로 이동하니 거기에도 또래의 젊은이 열 대여섯 명이 각자의 위치에서 장비를 작동하거나 제품 체크에 열중하고 있다. 낯 모르는 방문객에게도 밝고 생동감 넘치는 표정으로 깍듯하게 인사했다. "작업 중이지만 이 젊은이들을 격려 해줘도 될까요?" "예, 괜찮습니다." 허락해주는 젊은 안내자 역시 밝고 상쾌한 표정이다. 필자는 가슴 벅참과 뿌듯함에 젊은이 한 사람 한사람의 등을 두드려 주었고, 짧은 말들이 오갔다.

공장 입구 쪽에 있는 사무 공간은 3면이 대형 유리벽이라 작업장에서도 훤히 보였다. 사무실에서도 작업하는 광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현장과 사무 공간, 너와 나의 영역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라는 일체감을 자연스럽게 조성하고 있었다. "우리는 별도의 사장실이 없습니다." 젊은 안내자는 스스럼없이 작은 회의실의 딱딱한 의자를 권한다. 회의실 벽면에 걸려 있는 `인간과 자연을 지키는 기업` 이란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주조회사의 비전이다.

"회사의 비전도 그렇고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이 하나 같이 젊고 반듯한 모습들이군요. 뭔가 색다름을 느낄 수가 있네요. 사장님!" " 예, 모든 분들의 똑같은 질문입니다." 공장을 안내해 주었던 이 젊은 사장의 얼굴에는 내내 미소가 서려 있었다.

"회사의 비전은 사원 모두에게 꿈을 심어주고 자존감을 갖게 합니다. 비록 주조회사이지만 우리 회사의 베어링 소재 제품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자연의 훼손을 예방합니다. 이런 가치를 담아낸 글귀이고, 직원 모두와 많은 토론을 거쳐 함께 만들어 낸 것입니다." "우리 회사 현장 직원들이 하나 같이 젊은 것은,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과 격의 없는 대화, 야구 관람, 카드놀이 등을 하며 일하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을 서로 가꾸어 가는 분위기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원 대부분은 고졸이고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이들은 자신의 취업 진로를 조기에 명확히 정하고 맞춤형 교육을 받아 현장 적응력도 빠르고 생산성이 아주 높습니다."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난제 중의 난제인 일자리 문제 해결의 단초를 소위 3D 업종이라 할 수 있는 이 M 주조회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구직자의 눈높이 조절과 적절한 맞춤형 교육, 그리고 사람 중심 경영이 조화를 이룬다면 분명 돌파구는 있다. 정부도 조급한 개입보다 멍석을 잘 깔아 주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그 멍석의 한 자락이 인적자원개발위원회이며, 맞춤형 교육을 통해 인력 수급의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자리는 내가 적극적으로 찾을 때 구해진다는 인식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 교수·충남도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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