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바위산으로 쳐들어간 마을사람들을 쉽게 물리친 비비들은 기세가 올라가 계속 사람들이 사는 마을들을 침범하여 가축들을 약탈하고 있었다. 바위산 주변에 있는 마을들이 모두 피해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관리소의 백인들은 비비들에게 경고를 하기로 했다. 비비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수는 없었으나 관리소의 경비원들이 출동하여 마을에 침범하는 비비들을 응징하기로 했다.

최신형 연발총을 갖고 마을에 나간 서른 명쯤 되는 백인 경비원들은 그까짓 원숭이들쯤은 쉽게 응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경비원들은 마을 입구에 잠복소를 만들어놓고 밤샘을 하면서 비비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비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비비들은 새벽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경비원들은 아침을 먹기 위해 마을 촌장 집에 잠깐 들어갔는데 비비들은 그 사이에 마을에 침범했다. 비비들의 정찰병들이 경비원들을 지켜보고 있다가 경비원들이 아침밥을 먹는 것을 알고 그 기회를 탔던 것이다.

백인 경비원들은 정보전에서 진 것이었다.

비비들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듣고 아침을 먹던 백인 경비원들이 달려갔을 때는 비비들은 이미 닭 네 마리를 약탈하여 도망간 뒤였다.

그 마을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마을에서도 마을 안에 잠복소를 만들어 비비들을 잡으려던 백인 경비원들의 작전은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관리소의 백인 경비원들은 작전을 바꿨다. 마을에서 잠복소를 만들어 비비들을 기다리겠다는 작전을 포기하고 이쪽에서 비비들이 있는 바위산으로 쳐들어가기로 했다.

변경된 작전에는 모두 50여명의 경비원들이 출동했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비비들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는 새벽에 바위산으로 쳐들어갔다. 기습작전이었다. 기습으로 바위산으로 올라가 비비들이 발견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었다. 사람과 같은 영장류인 비비들을 총으로 사살하는 일은 문제가 될 것이었으나 어찌할 수 없었다.

아직 날이 완전히 밝지 않은 새벽이었기에 바위산은 조용했다. 그래서 아무일 없이 산기슭까지 들어간 경비원들은 기습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비비들은 백인 경비원들이 쳐들어온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요소요소에 숨어 있는 정찰병들에 의해 경비원들의 일거일동을 잘 알고 있던 비비들은 경비원들이 산기슭에 있는 어느 계곡에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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