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때문에 걱정하던 게 며칠 전인데, 이제는 폭우 때문에 여기저기 피해가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열대지방 스콜처럼 비가 쏟아지다 보니, 하수 시설이 감당을 못하고 있다. 결국 시내도로에서도 곳곳에 물 웅덩이가 보이고 있으며, 도로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이러한 빗길은 빗물과 먼지 및 기름기 등으로 맑은 날의 도로보다 매우 미끄럽다. 따라서 운전할 때 철판, 맨홀 뚜껑 표면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빗길 운전 교통사고 치사율은 맑은 날의 1.6배에 달한다고 한다. 시계가 불량해 차선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가벼운 접촉사고도 많고, 수막현상으로 차량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마른날에 비해 충돌속도가 높은 것이 원인이다. 이런 날씨에는 긴장하면서 방어운전을 하는 것이 좋다.

비가 오는 날에는 차량과 차량 또는 도로변 교통시설물과의 충돌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그 중 후방 추돌사고와 차선 변경 중 측면 접촉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데, 미끄러짐 현상으로 핸들 조작이 어렵고 제동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젖은 노면은 마른 노면에 비해 제동거리가 약 40-50% 길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앞차의 급제동에 대비해 20-50% 감속해야 추돌을 피할 수 있다. 주택가 이면도로, 횡단보도 부근에 보행자나 어린이들을 염두에 두고 시속 30㎞로 서행하라는 경고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이들은 우산을 쓰고 걷다 보면 시야를 가려 차량을 보지 못하고 갑자기 뛰어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투명우산 쓰기가 권장되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외국의 경우는 낮에도 차량 전조등을 켜는 곳도 많다. 사고 예방과 함께 상대방에게 내 차량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적한 국도 뿐 아니라 요즘은 시내 도로에서도 물 웅덩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속도를 낮추고 저속으로 한 번에 통과해야 안전하다. 감속하지 않을 경우 수막현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핸들을 두 손으로 확실하게 잡는 것이 좋다. 한쪽 바퀴만 물 웅덩이에 잠길 경우 좌우바퀴의 저항값이 달라 핸들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 웅덩이를 통과한 직후에는 브레이크 패드나 라이닝이 물에 젖을 수 있으므로 브레이크 페달을 가볍게 2-3회 밟아 물기를 털어내야 한다. 세차장에서 세차 후 차량의 브레이크를 밟을 때, `뿌드득` 소리가 나면서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동일한 원인 때문이다.

장마철에는 곰팡이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예방을 위해 트렁크나 매트 밑에 신문지를 깔아두고, 장마 중간에 해가 뜨면 차문과 트렁크를 활짝 열어 환기시키며 바닥 매트를 뒤집어 일광욕을 해주면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곰팡이 냄새 때문에 방향제나 향수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졸음과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항균필터를 6개월에 한 번씩 갈아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락스를 묽게 해서 스프레이로 조수석 아래에 뿌려주면서, 실내 공기 순환으로 팬을 돌려주면 곰팡이 냄새가 사라진다. 단, 너무 과하게 뿌려줄 경우 조수석 매트가 하얗게 탈색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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