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허덕이던 198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윌 스미스(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 역) 주연의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의 원제목은 `The Pursuit of Happyness`다. 행복은 나(I)가 주체가 되는 Happiness지만, 영화에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너(You)가 주체인 Happyness로 돼 있다. 과학자들의 실제 연구에서도 `Happyness`에서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 연구진이 9700명의 기혼자 부부와 3300명의 동거인을 대상으로 행복감의 근원을 조사한 결과, 기혼 부부들은 배우자가 행복할 때 자신도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동거인의 경우 그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사회성이 발달된 금화조(錦華鳥)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금화조라는 새는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세레나데를 부르며, 이 노래가 종족 보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암컷 앞에서 노래를 하는 수컷은 쾌감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됐지만, 암컷 없이 혼자 지저귀는 수컷은 뇌 상태에 별 변화가 없었다.

하버드의대 의학사회학자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행복이란 게 사람들 간에 전파확산이 되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서로 간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논문의 주요 골자는 행복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친구나 가족뿐 아니라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친구의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친구조차도 자신의 행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당신의 행복은 당신의 선택이나 행동만이 아니라 당신이 알지 못하는, 자신과 두세 단계 거쳐 아는 사람들의 선택이나 행동에도 영향을 받는다"면서 행복이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이뤄지는 사회 현상으로 본다. 어찌 보면 자신의 행복이 자신 때문이 아니라 남 탓이라는 얘기가 성립한다.

직접 아는 1단계 관계의 지인이 행복해지면 이로 인해 자신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15%, 한 사람을 거쳐야 아는 2단계 사람은 10%, 3단계 사람은 6%로 낮아진다. 하지만 4단계가 되면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6단계, 즉 5명만 거치면 세상 모든 사람과 연결되는 초연결 세상에 살고 있다.

행복, 건강, 금연 행동도 전염된다. 건강이나 금연은 행복과는 다른 사회 관계도를 보이지만 공통점도 있다. 모두 다 3단계까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친구가 비만이면 자신이 비만일 확률은 57%, 배우자는 37%란다. 사회적 인식 변화가 금연의 경우에도 나타난다. 누군가가 금연하면 그 사람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쉽게 동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을수록 사회적으로 금연을 받아들여 주변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이는 인간관계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지금부터 1년 후에 내 친구는 지금과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지만 내 친구의 친구는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다. 그러니 어느 한 사람의 행복이 3단계를 벗어난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순위를 따지는 행복이 아니라 행복의 본질에 관한 연구에서 우리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행복은 전염성이 강하므로 자신에게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주변 사람을 만났을 때 가능한 내색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기분 나쁜 상태로 집에 들어가면 아내와 자녀들뿐 아니라 그들의 친구, 친구의 친구까지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신의 기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집에 들어갈 때면 의도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행복해지려면 우울한 친구는 버려야 하는가?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행복은 전염성이 강해서 자신의 행복을 통해 그 친구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잘 안된다면 가능한 그 친구와 지내는 시간을 줄여보라고 권한다. 더위가 심한 여름에 다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나 자신부터 주체적인 내공을 더 쌓아야 행복의 전파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 정종관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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