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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와인 감상] 와인과 김치

2017-07-05기사 편집 2017-07-05 17: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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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신성식 박사

저는 1985년 7월 프랑스 유학을 시작하면서 고달픈 유학생들끼리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현지 가격으로는 소주(6000원)보다 저렴한 와인(3000원)을 즐기다가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2003년 9월부터는 같이 유학했던 분들 중 대전에 거주하는 분들과 '클래식 와인(http://cafe.naver.com/classicwine)'이라는 동호회를 만들어 총무(시샵)를 맡으면서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중입니다. 32년에 걸쳐 축적한 와인 관련 경험과 지식을 와인 칼럼을 통해 대전일보 독자분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행복합니다. 칼럼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많은 조언을 기대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와인의 매력 1순위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까이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해외출장에서 생면부지의 외국인과도 와인을 함께 하며 대화하다 보면 아주 오래 알아온 사이처럼 친근하게 느끼게 되더군요. 와인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맛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리적인 거리감과 이질적인 문화의 벽을 단숨에 허물어 버릴 만큼 와인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녹아 있습니다. 와인은 스토리가 있는 술이기에 혼자 즐기기보다 함께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와인이라고 하면 격식을 차리거나 와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야 될 것이라고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와인에 대한 다량의 정보가 항상 도움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와인과 가까워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간은 들뜬 기대와 즐거운 마음으로 와인을 대하기 시작하면 된답니다. 와인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같은 발효음식인 김치와 대비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일상화되어 있는 김치가 처음 접하는 외국인에게는 먼저 매운 맛으로만 느껴지듯이, 우리가 와인을 처음 접하면 그저 씁쓸·떨떠름함에 당황합니다. 김치를 자주 맛보아서 익숙해진 외국인이 잘 익은 젓갈 김치까지 좋아하듯이, 우리도 와인에 익숙해지면 잘 숙성된 와인의 아로마와 부케에 감탄을 하게 될 것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와인들도 3-5년 정도 기다렸다가 마셔야 적당합니다. 고급 와인은 10-15년 정도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유통 상태가 좋은 것을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육안으로 봐서 코르크 밑바닥에서 병목이 넓어지기 시작하는 부분의 공간(울러지)이 적당해야 합니다. 더운 곳에 오래 두면 와인이 끓어 넘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캡슐 아래에 와인이 넘쳐흐른 흔적이 있다든지, 코르크가 심하게 빨려 들어갔거나 밀려났다면 온도 변화를 심하게 겪었다는 것을 뜻하므로 구입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한 잔의 와인은 문화와 자연 그리고 정성의 진수(眞髓)입니다. 좋은 환경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숙성시키고 와인 병에 담기까지 와이너리의 정성과 철학이 투영됩니다.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있다"는 파스퇴르의 명언처럼 말입니다. 마개(코르크)를 따고 난 후는 어떤가요? 와인이 잔에 담기는 순간 공기와의 만남, 음미하는 이의 태도에 따라서도 그 향과 맛이 달라지는 게 와인입니다. 한 그루 포도나무에서부터 시작되는 와인의 스토리가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적절히 잘 익은 와인의 색깔과 향, 이를 뒷받침하는 맛, 마신 뒤에도 은은히 퍼져오는 여운, 이것은 우리 삶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겉모습(향과 색깔)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오류를 피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멋(맛)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수양(숙성)해야 하는 것이죠. 요즘처럼 무덥고 후텁지근한 여름날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원하게 칠링된 스파클링 와인을 즐겨보세요. 그리고 스스로도 와인처럼 숙성되어 더 멋진 분위기를 내는 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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