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마리의 비비들이 절벽 위에서 고함을 지르면서 돌을 던지고 있었다. 시위 같기도 하고 야유 같기도 했다. 어리석은 사람들을 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저런 나쁜놈들…."

사람들은 분격하여 절벽 위로 기어올랐다. 그까짓 돌이라고 얕잡아볼 무기가 아니었다. 수십 m 높이에서 날아오는 주먹만한 돌들은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인간의 학자들이 밝힌 인력의 원리는 사람들의 편을 들지 않고 비비들의 편을 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돌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쏘는 화살과 창은 비비들이 진을 치고 있는 언덕 위까지는 날아가지도 못했다.

"뭣하고 있어. 산으로 올라가지않고…."

마을 장로들이 사냥꾼들을 독전했으나 그건 무모한 짓이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뒹굴고 있는 바위산에는 쉽게 올라갈 수가 없었다.

사냥꾼들은 장로들의 독전을 받고 무리하게 산 위로 올라가고 있었으나 비비들은 그걸 겨냥하고 정확하게 돌을 던지고 있었다. 돌에 맞아 피를 흘리는 사냥꾼들은 그래도 산 위로 올라가고 있었으나 부상자가 속출되었다.

그 바위산은 비비들의 생활 터전이었으며 비비들은 자유자재로 신속하게 바위들을 타고 있었으나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사람들은 바위들을 기어오르고 있었으나 활이나 창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다. 바위들이 뒹굴고 있는 좁은 공간에서 활이나 창은 유효한 무기가 되지 못했다.

비비들은 그런 사람들의 무기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바위들을 방패 삼아 싸우고 있었다.

싸움은 일방적으로 비비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진화과정에서 지능지수만 높아졌을뿐 몸으로 다른 동물들과 싸울 능력이 둔해된 인간은 비비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원주민 마을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바위산에서 물러났다. 비비를 한 마리도 죽이지 못했고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상처만 입었다.

비비들과의 싸움에서 비참하게 진 마을사람들은 아프리카를 통치하고 있는 백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도움을 받는 관리소의 백인들은 난처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영장류에 속하는 비비들과 총으로 싸울 수도 없었다. 야생동물들을 보호하는 세계야생동물보호협회에서도 관리소 직원들이 비비들과 전쟁을 벌이는 일에 반대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