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또한 하나님의 이름으로 도살되지 아니한 고기도 먹지 말라.` 무슬림 율법 코란 2장의 내용이다. 무슬림에선 `할랄`이라는 자신들의 방법을 통해 도축한 고기가 아니면 먹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은 돼지고기. 사실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한 것은 애초에 돼지가 사악한 짐승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유목생활에 적합하지 않아서 그렇게 지정했다는 말이 좀 더 타당하다 할 수 있다. 돼지와 반대로 유목민들이 조상인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고기를 꼽는다면 양고기를 들 수 있겠다. 물과 풀을 찾아 떠다니는 유목생활의 동반자였던 양은 가죽, 털, 우유뿐만 아니라 식량으로서도 유목민들에게 큰 힘이 돼 줬다. 양고기를 도축하고선 버리는 곳 하나 없이 눈알까지 먹었다 하니, 얼마나 양을 유용하게 썼는지 알 수 있다. 지금도 중동 지역을 대표하는 고기는 바로 양고기이다. 한국인에게 마늘, 백인들에게 치즈냄새가 난다면 이슬람들에겐 양고기 노린내가 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에서도 양고기는 훌륭한 식 재료로 인정받는다. 보통 양고기 스테이크를 즐겨먹는데 특히 호주에서는 양다리요리를 자신들의 대표 요리라 해 특별한 날 혹은 일요일에 먹는다. 양고기의 최대 수출국도 바로 호주, 뉴질랜드이다.

호주 산 양고기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램(Lamb)`. 램이란 말은 양고기 모두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생후 12개월 미만의 어린 양을 뜻한다. 그보다 오래된 양고기는 `머튼`(Mutton)이라 부른다. 양고기 최대의 적(敵) 노린내는 사실 오래된 양 `머튼`에서 비롯된 편견이라 할 수 있다. 잘 관리되고 조리 된 `램`에선 양고기의 독특한 향이 맛 좋게 느껴질 뿐 역한 냄새가 나질 않는다. 같은 이유로 양고기는 바짝 익혀먹어야 한다는 선입견 또한 잘못된 상식, 소고기와 마찬가지로 미디움 정도로 익혀 먹어야 양고기의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

양고기(lamb)는 조직이 단단하지 않아, 질이 연하고 소화에 좋고 맛이 담백하다. 타 육류보다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적어 그 맛에 심취하게 되기만 한다면 최고의 다이어트용 고기라 부를 만 하겠다. 양고기 맛에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바로 마늘과 고추와 함께 먹는 것.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맛과 향을 좀 더 친근하게 먹을 수 있게 해준다. 된장으로 살짝 양념해 먹는 것도 양고기를 우리 느낌대로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TV 광고 덕분인지 몇 년 새 양고기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작년 국내 양고기 수입량은 1만 2000톤 가량으로 5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항암물질 함유, 낮은 콜레스트롤, 피로 회복, 아미노산 철 비타민 등 많은 영양소 함유,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양고기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소비량이 증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입맛은 변하고 있고 음식의 세계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여기에 발 맞춰 식당의 메뉴판 또한 속도를 내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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