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비비들이 마을에 침입하여 가축들을 잡아갔다는데 사람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수십 명이나 되는 경비원은 뭘 하고 있었을까.

상세히 들어보니 그 마을을 습격한 비비들의 무리도 역시 비비들의 군단이 앞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군단은 역시 조직적이고 민첩했다.

비비의 군단들은 영장류의 동물답게 영리하기도 했다. 그들은 사람이 어떤 동물이라는 걸 잘 알고 그 약점을 이용했다. 비비의 군단은 우선 사람들이 피워 놓은 불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마을 요소요소에 불을 피워 놓고 경비를 하고 있었는데 비비들은 그런 곳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 불은 밤에도 주위를 밝혀 주고 뜨거운 물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비비들은 또한 사람들은 밤에는 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밤에는 잠을 자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마을을 습격하는 시기를 새벽으로 택했다. 사람들은 새벽까지 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새벽에 소리 없이 마을에 침입했다.

사실이 그랬다. 그때는 마을사람들은 모두 잠을 자고 있었으며 경비를 하는 사냥꾼들까지 다 꺼진 모닥불 옆에서 졸고 있었다.

그래서 비비들은 그 옆을 조용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거기만 통과하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염소나 닭 같은 가축의 목을 비틀어 죽이는 일은 손쉬운 일이었다.

경비원들은 염소나 닭의 비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으나 그때는 이미 비비들은 죽인 가축들의 시체를 끌고 도망가 버린 후였다.

키난 교수가 현지에 도착했을 때는 마을사람들이 분격하고 있었다. 원숭이 따위에게 마을을 침범 당해 가축을 약탈 당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비비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정해 놓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거의 총동원이 되어 비비들의 본거지인 바위산으로 쳐들어갈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마을 대장간에서 창이나 칼 화살촉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100명이 넘는 마을사람들이 시퍼렇게 날을 세운 창과 칼을 들고 바위산으로 쳐들어가고 있었다.

비비들은 이미 그걸 알고 마을사람들을 정중하게 마중하고 있었다.

그 바위산에 올라가려면 높이가 수십 m나 되는 언덕을 넘어가야만 했는데 비비들이 그 언덕 위에서 쳐들어오는 마을사람들을 마중하고 있었다. 수백 마리의 비비들이 쳐들어 오는 사람들을 보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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