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로 `있어빌리티`가 있다. 우리말 `있다`와 영어의 능력을 뜻하는 `어빌리티`(ability)를 결합한 신조어로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을 뜻한다.

멋진 카페나 여행지에서 즐기는 모습을 찍어 올리며 부와 여유를 자랑하고, 유명인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서 인맥을 자랑하는 것이 그 예이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있어빌리티 시대의 사진 찍는 방법`이라는 것도 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남들보다 좀 더 부유하고, 있어 보여야만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으로 스스로를 평가받고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성적도 좋고 운동에도 소질이 있으며, 모든 일에 열심히 하는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실수에도 의기소침해 있고 자신의 능력을 탓하며 자신을 낮추는 학생이 있다. 괜찮다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잘하는 것이 더 많지 않으냐고, 넌 꽤 멋진 학생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난 멍청해, 할 줄 아는 게 없어!`라며 원래 가지고 있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자신을 낮추며 화를 내고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종종 본다.

반면 틀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씩씩하게 말하며, 골을 못 넣어도 친구들과 열심히 축구를 하고 학교생활 자체를 즐기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학생도 있다. 오늘의 실수가 내일 다시 반복되리라 생각하지 않고, 더 좋아질 거라는 믿음에 늘 노력하고 밝게 생활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웃는 학생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행복이 전염된다.

그럼 두 학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마음 밭에 자란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자존심(自尊心)은 남에게 굽히지 않는 마음으로 비교와 경쟁의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기에 조그마한 실수에도 비교와 경쟁에서 졌다는 생각과 함께 속상해하고, 때로는 분노를 표현하며, 자신보다 잘한 상대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려는 모습도 보인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의 준말로 스스로를 존귀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남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소중한 존재로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는 이기적인 자기중심적인 것과는 다르다.

어려서부터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나를 사랑하는 자존감 회복 교육이 필요하다. 이 교육의 중심에는 교사와 학부모가 있다. 학부모의 양육태도, 교사의 생각과 말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학기 동안 대전가오초 교장으로 에듀 코칭 선도학교를 운영하면서 에듀 코칭 특강 및 에듀-맘 파파코칭 연수 등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코칭 연수를 실시했다. 학생의 자존감 회복 교육을 하려면 교사, 학부모의 자존감이 먼저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학생의 마음을 읽어주고, 학생의 말과 행동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구체적으로 칭찬해줘야 한다. 이러한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부단한 노력과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에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꾸준한 연수를 받을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러한 자존감 회복 교육으로 학교 현장에서 자존감 넘치는 행복한 교사가 많아지길 소망한다. 가정에서는 자존감이 넘치는 엄마, 아빠가 많아지길 소망한다. 교사와 부모가 먼저 스스로를 사랑하고, 그 에너지가 우리 학생들에게 전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있어빌리티`도 아니다. 마음 밭에 뿌려지고 자란 튼튼한 자존감! 그것이 바로 행복의 시작이다. 박해란 대전가오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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