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미래정책연구부장
서민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미래정책연구부장
제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속성으로 정의된다. 그 중 제4차 산업혁명이 추구하는 개념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데이터와 컴퓨팅을 활용한 가치창출이다.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술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전, 그리고 컴퓨팅 파워의 증대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비즈니스 수요를 빠른 속도로 충족시키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영역 간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즉, 데이터와 컴퓨팅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한다는 말은 과거에는 데이터와 컴퓨팅이 물리적인 세상의 가치창출을 위한 간접적인 지원 수단이었다면, 현재는 가상·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상에서 직접적인 가치 창출 재료를 의미한다. 여기서 데이터와 컴퓨팅이 `직접적인 재료`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얼마 전 전 세계 과학기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중력파 연구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중력파 검출 장비인 라이고(LIGO)에서 관측된 레이저 간섭무늬데이터가 과학자들에게 직접적인 연구재료가 되고, 데이터 분석과정, 즉 컴퓨팅은 실제적인 연구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최근에는 기초 및 첨단 과학기술 연구 분야에서 이론을 데이터와 컴퓨팅을 통해 검증하는 패턴이 증가하는데, 과학기술계에서는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과학을 성공으로 이끄는 필수 요소는 데이터의 공유와 다양한 분야의 융합협력이다.

중력파의 발견도 전 세계 1000여 명의 물리학자가 라이고(LIGO)로부터 관측된 연구 데이터를 글로벌하게 공유하며 연구 그룹별로 역할을 나누어 반복적인 보정과 검증을 수행한 결과이다. 라이고 실험 연구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은 2009년부터 라이고 실험 연구에 참여해왔고, 중력파 발견을 주제로 발표한 학술 논문에 우리나라 연구자 40여 명이 저자로 등재됐다.

중력파와 같은 과학적 발견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기술계는 개방과 공유, 즉 오픈 사이언스에 주목하고 있다. 개방형 과학인 오픈 사이언스는 과학자들끼리 연구 성과나 실험 과정에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 연구를 통해 지식의 새로운 발견을 가속화하자는 공유가치 극대와 프로젝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픈 사이언스를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먼저, 연구성과(출판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연구 과정에서 연구데이터에 대한 공개 및 공유 확대를 위한 오픈 데이터(Open Data), 그리고 ICT(정보통신기술)의 도움을 받아 연구 협업을 강화하는 오픈 협업(Open Collaboration)이다. 그 가운데 핵심은 데이터의 공동 활용을 추구하는 오픈 데이터이다. 그렇다면 연구 커뮤니티 안에서 관련 데이터를 마음껏 공유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라이고(LIGO) 관측 장비 산출 데이터의 경우 글로벌 연구단 및 LIGO 투자국, 그리고 우리 연구단이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상호 협력 및 역할 분담을 위한 합의를 했었다. 연구 참여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스토리지와 컴퓨팅 자원을 기여해야 한다. 물론 학문적인 연구 참여가 필수다. 또한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 간의 신뢰 및 상호인정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픈 사이언스라는 데이터 기반 협업 체계 없이는 거대 과학 발견을 가속화하기 어렵다는 공감대 형성과 인식의 확산이 아닐까.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빅데이터와 다양한 영역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가치 창출이듯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오픈 사이언스도 연구 데이터 공유, 융합합력 연구가 핵심이다. ICT의 도움으로 과학기술 데이터 공유가치 극대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오픈 사이언스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수준과 경쟁력을 높여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과학기술이 선도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서민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미래정책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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