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물고기들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붕어 동자개 풀망둥 학꽁치

백제 물고기들

한도 없이 끝도 없이

허연 배를 드러내고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녹조가 강 표면을 뒤덮은

숨통이 끊긴 비단강

백제보 세종시 근방에서부터

부여 백마강, 강경 황상 포구까지

누치와 참마자 끄리 숭어 쏘가리

수만 금강 물고기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백제 사람들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자연의 생태환경은 강물의 청정지수로 알 수 있다. 강물의 청정지수란 그 물속에 살아가는 어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붕어 동자개 풀망둥 학꽁치 등은 백제 물고기이고. 누치와 참마자 끄리 숭어 쏘가리 등은 수만의 금강 물고기들이다. 이들은 얼마나 친근한 우리 이웃이던가. 한 번씩 이름만 불러도 그 얼마나 신바람이 나고 좋은가. 맑은 강을 누비던 그것들의 싱그러운 몸놀림을 기억하고 회상하는 것만도 얼마나 좋고 좋은가 말이다. 예전에는 그것들이 금강에 가득히 뛰어놀았다. 발길 잠시 옮겨 부여 백마강과 강경 황상 포구까지 몰려와서 수초 사이를 헤치며 물속을 누비고 또 누비곤 하였다.

그렇게 그때의 금강은 얼마나 기름진 강이었던가. 그때의 백마강은 또 얼마나 생명으로 가득 차 살아 움직이던 강물이었던가. 이제 그 금강에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허공을 향해 허연 배를 뒤집고 물 위로 떠올랐다. 그러니 끝내 백제 사람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제 백제는 어디로 갔나. 백제인의 숨결은 어디로 가서 찾을 것인가. 아쉬움에 그 이름 다시 불러본다. 붕어 동자개 풀망둥 학꽁치. 누치와 참마자 끄리 숭어 쏘가리 수만의 물고기들. 아, 이름만 불러도 그 얼마나 큰 신바람이던가. 김완하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