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신기후변화협약의 탈퇴를 선언하자 모든 유럽 정상들의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 세계의 관심사항으로 클로즈 업 되었다. 2050년을 내다보면서 산업혁명이후 지구의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묶기 위해 직전대통령인 오바마는 2025년까지 2005년 발생 온실가스 기준량의 26-28%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정권이 바뀌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미국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과 함께, 지금은 중국이지만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국가로서의 도의적 책임론까지 거론되었다.

미국의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감축과 종합적인 책임 부처는 에너지부(DOE·Department of Energy)이다. 새롭게 임명된 에너지부 장관은 오랫동안 텍사스 주지사를 역임한 릭 페리(Rick Perry)이다. 최근 외신에 의하면 페리 장관은 미국이 미 국민의 일거리 창출의 우선순위에 따라 신 기후변화협약의 이행사항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에너지정책을 책임진 에너지부의 입장은 일거리 창출(Jobs)과 깨끗한 에너지(Clean Energy) 공급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깨끗한 에너지의 공급에는 무엇보다 원자력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페리는 6월 27일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설명한 자리에서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브리핑의 주안점은 "원자력 없이 깨끗한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가능하지도 않음은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며, 미국은 환경과 기후를 생각한다며 미국에너지정책의 포트폴리오에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원자력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페리는 또 원자력은 청정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데 있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확신하며, 미국은 첨단 원자로의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소형 모듈 원자로도 포함된다고 했으며 소형이지만 경제적이고 안전성이 월등한 역할을 할 것임을 설명했다.

미국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셰일가스를 생산하면서 중동산 석유 수입국에서 이제 국내 공급뿐 아니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매스컴에 따르면 한국도 미국의 셰일가스를 도입할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셰일가스 생산은 미국 내 일자리창출로 이어지고 있지만 기존 석유보다 온실가스배출은 오히려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미국은 나름대로 에너지원의 다원화를 위해 원자력의 역할에 무게를 확실히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100여기의 원전이 운전 중이며 전력의 약 20%를 원자력이 공급하고 있다. 원전의 수명은 고리 1호기와 같은 2세대 원전이 20년 수명연장으로 총 60년 운전을 하고 있다. 값싼 셰일가스 생산으로 당초 15기의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축소되긴 했지만 정부의 건설비 대여정책으로 신규원전이 건설되고 있고 일부는 준공시점에 가까운 실정이다. 자원이 풍부한 미국도 에너지자원의 다원화를 기하며 원자력의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신정부는 대선공약의 고리에 묶여 신규원전 건설은 하지 않겠으며 수명기간이 완료되면 무조건 영구히 폐기시킨다는 탈 원전정책에 매여 있다. 얼마 전 영구 중단된 고리 1호기의 경우, 미국은 동일한 설계인 원전을 20년 연장하여 총 60년 운전하는데 왜 한국은 25억 달러 가치의 국부를 20년 앞당겨 조기에 사장했는지 그 답을 역사가 답하여야 할까? 뿐만 아니라 에너지자원이 전무한 한국은 96%를 외국에서 수입하면서 그 어려운 원전기술을 자립하여 국내설계 건설은 물론 세계 시장을 바라보며 우수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하는데 대책없이 탈 원전정책을 고수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가.

또 미국은 자국의 기술인 원전공급자, 웨스팅하우스(W)를 소유한 도시바가 도산하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데 가장 관심이 많으며 자금이 풍부한 중국이 인수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트럼프는 중국에 소유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며 다른 나라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다른 국가는 원전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안달인데 에너지자원이 전무한 한국은 대책 없는 에너지정책에 탈 원전이라 원전기술 자립에 앞장선 한 사람의 과학기술자로서 마음이 아프다. 자원이 풍부한 미국이지만 에너지정책에 깨끗한 에너지로서의 원자력의 역할이 자리매김 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타산지석으로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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