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난 교수는 나무 위에 그런 침팬지들을 몰래 관찰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놓고 침팬지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삼림 안쪽에서 살고 있는 비비들은 초원이나 강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그 침팬지들이 사는 곳을 지나가야만 했다.

키난 교수가 침팬지들을 관찰한 지 이틀 후에 비비들이 나타났다. 서른 마리쯤 되는 비비들이 그곳에 나타났는데 역시 열 마리쯤 되는 군단이 앞서 있었다.

비비의 군단들이 긴장했다. 대여섯 마리의 침팬지들이 앞길을 막아 서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팬지들이 왜 비비들이 가는 길을 막고 있을까.

비비의 군단들이 잔뜩 긴장하여 정지했다. 앞길을 막고 있는 침팬지들과 싸울 것인가 아니면 뒤로 물러날 것일까.

비비의 군단은 배타적이고 호전적이었으나 침팬지들은 함부로 덤벼들 상대가 아니었다. 먼 친척일뿐만 아니라 덩치가 자기들보다 한 둘레 컸고 힘도 그럴 것 같았다.

비비군단이 잔뜩 긴장하여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못하고 있을 때 침팬지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침팬지들이 한 판 벌일 것인가.

그렇지 않았다. 침팬지들은 웃고 있었다. 사람의 눈으로는 영장류 동물들의 웃는 표정은 식별하기가 어려웠으나 영장류 동물은 자기들 끼리는 그게 되는 것 같았다.

하긴 사람의 눈으로도 침팬지들에게 적의가 없었고 태도가 부드러웠다.

"오랜만이야 친척들. 우리들은 친척들 사이이지. 그렇지 않나."

침팬지들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침팬지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능글맞게 다가와 비비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침팬지들은 마치 손아래 친척들에게 하는 것처럼 그런 동작을 했다.

정말 능글맞은 태도였다. 웃는 낯에 침을 뱉지 못하는 법이었다. 비비들이 전투태세를 풀고 우물쭈물했다. 따라서 웃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자 침팬지들이 옆으로 피해 길을 내어주었다. 가도 좋다는 몸짓이었다.

비비군단들이 침팬지들의 허락을 받고 그곳을 통과했고 다른 비비들도 그 뒤를 따라갔다.

평화교섭이 성립된 셈이었는데 그 교섭은 침팬지들의 승리였다. 침팬지들이 그 교섭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말하자면 비비들을 아것들로 대우하여 윗자리에 있는 자의 관대성을 보여주고 길을 내준 것이었다.

큰 흥미를 갖고 망원경으로 그들의 교섭을 보고 있던 키난 교수가 웃었다. 침팬지와 비비들의 기 싸움에서는 침팬지가 한 수 위였다. 침팬지의 지능계수가 비비보다 높았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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