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사이 파업 의견 엇갈려 "이해"vs"우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29일 오전 충남도교육청 정문 인도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희진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29일 오전 충남도교육청 정문 인도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희진 기자
29일 오전 11시 20분. 대전 서구 한밭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 모두 자리에 앉아서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을 책상에 올렸다. 평소에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학교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지만, 이 학교 급식조리원 9명이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이날 급식이 제공되지 않았다. 때문에 학생들은 이날 부모가 아침에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교실에서 만난 이혜원 양은 "엄마가 싸 준 김밥이 급식보다 훨씬 맛있다"며 "밥은 식당에서만 먹는 줄 알았는데 교실에서 먹으니 색다르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점심을 거르는 학생이 없도록 며칠 전부터 도시락을 챙겨오라고 공지했다. 그리고 혹여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한 학생을 위해 빵과 우유, 김밥을 준비해 놓았다.

이옥선 한밭초 교감은 "학생들이 피해가 없도록 도시락을 챙겨오라고 공지했다. 이날 오전 전수조사를 해보니 전교생 모두 도시락을 지참해 학교에서는 따로 대용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뿐 아니라 담임교사 역시 도시락을 준비했다.

공혜옥 한밭초 교사는 "갑작스럽게 아이들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학부모들이 번거로웠을 것"이라며 "이런 기회에 아이들이 부모님의 소중함을 알고,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앞두고 뒤늦게 도시락을 들고 와 자녀에게 건네는 학부모도 보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급식 노동자 파업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견과, 급식 차질로 인한 우려가 엇갈렸다.

학교 정문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급식 노동자들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파업으로 제일 피해를 보는 우리의 맘도 알아줬으면 한다"면서 "일하면서 아이의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뒀다는 충남 천안의 한 학부모 A씨는 "일하느라 아이 도시락을 싸줄 겨를이 없으니 급식을 하는 것 아닌가"라며 "맞벌이 부부의 경우 도시락을 싸는 것이 진짜 힘든 일이다. 새벽 6시에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아이 도시락을 싸기 위해 회사에 양해를 구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30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총파업에 더욱 많은 학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 학교의 급식 대란이 29일보다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28일 파업 참여학교를 사전에 파악해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이지만, 충남도교육청은 30일 서울에서 진행되는 총파업에 더욱 많은 학교가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28일 파업 참여학교를 조사할 당시 동참하겠다는 학교가 29일 참여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30일 전국 총파업에 더욱 많은 학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급식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충남·세종지부는 각 시·도교육청에서 총파업 대회를 진행했다. 학비노조는 이날 집회를 통해 교육부와 대전·충남교육청에 학교 내 비정규직 철폐와 근속수당 인상 등을 촉구했다.

이호창·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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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밭초 학생들은 조리종사원 파업에 모두 도시락을 준비해왔다. 점심시간 담임교사가 학생들이 먹을 도시락을 챙겨주고 있다. 이호창 기자
29일 한밭초 학생들은 조리종사원 파업에 모두 도시락을 준비해왔다. 점심시간 담임교사가 학생들이 먹을 도시락을 챙겨주고 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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