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는 마르고 천에도 물이 없어 절박한 마음에 굿까지 지냈다니까유…."

충남 서산시에서 농사를 짓는 노모(52)씨는 최근 내린 시원한 비에 속상했던 마음을 씻어내렸다. 자식처럼 키운 감자들이 눈앞에서 메말라가는 모습을 보며 하늘만 쳐다봤지만 모처럼 비다운 비가 내렸다. 특히 가뭄문제가 심각했던 충남 서부 8개 시·군에는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많은 양의 비가 왔다.

28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6일과 27일 이틀간의 강우량은 예산 81.5㎜, 부여 22.5㎜, 홍성 16.5㎜, 서산 14㎜ 등이다. 메말랐던 농작물이 생기를 찾고, 불볕 더위도 한 풀 꺾여 이번 비는 농민들에게는 단비다. 큰 비가 내린 예산 지역 13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하락세를 멈췄다. 비가 내리기 전인 지난 25일 9%에서 26일 8.9%로 떨어졌으나, 비다운 비가 내리면서 저수율이 28일 기준 9.2%로 다시 상승했다.

그럼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의 가치는 얼마정도 될까. 정확한 수치를 내기는 어렵지만 짐작은 할 수 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10㎜의 비가 내리면, 약 10억t 정도의 물이 지상에 내려 앉는다. 이 중 60%는 바다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40%는 댐이나 저수지로 유입된다. 그 가운데 약 1억 4000t의 물은 가공하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데, 댐 용수의 t당 가격은 52.7원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10㎜의 비는 당장 75억 원이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최근 지속되는 폭염으로 산불사고가 빈번했던 만큼 이번 비로 산불 걱정도 해소할 수 있다. 산림 당국은 최근 발생한 강원도 강릉·삼척 산불에서 252㏊의 산림이 불에 타 48억 7000여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100㏊ 이상의 대형 산불을 예방하면 5억 4000여만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산림청은 설명했다.

여기에 이번 단비로 불볕 더위가 잠시 주춤하면서 냉방비가 줄어드는 부가 효과도 있고, 폭염으로 가로수에 설치해야 하는 워터백(Water Bag) 절약, 조경업체 등의 유지관리비 등 금액으로 정확히 따지기 어려운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K-water 관계자는 "바다로 빠져나가는 물이 60%나 되지만 각종 수자원 관리시설에 비축되는 물도 경제적 가치가 대단하다"며 "앞으로는 바다로 흘러가는 60%의 물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K-water도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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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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