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심신이 평안해지는 중세도시 성곽 도시 로텐부르크의 매력을 만끽하려면 한나절 걸리는 느린 걸음의 유유자적 걷기여행이 제격이다. 로텐부르크 관광의 중심이자 랜드 마크인 마르크트 광장은 15세기에 조성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 중 하나다. 주변에는 중세시대 건물·귀족저택·가게·식당·호텔 및 게스트하우스 등의 고풍스런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어 광장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감회가 새롭다. 이 광장에서는 매주 주말시장이 열리고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한 달간 크리스마스 시장과 `제국시장(Reiterlesmarkt)`이 열리는데 그 역사가 깊다.

제국 시장이 열리는 동안에는 인형극·브라스밴드 야외공연·오르간 콘서트 등의 다채로운 예술 공연 행사가 펼쳐진다. 이 광장 주변에 위치한 시청사(Rathaus)는 1250년경에 건립돼 300여 년 동안 확장을 거듭한, 중세시대 자유제국도시의 중심지다. 시청사는 두 개의 쌍둥이 빌딩으로 이뤄져 있는데 종탑이 들어서 있는 고딕양식 건물은 1250년과 1400년 사이에, 앞 쪽의 르네상스 양식 건물은 1572년과 1578년 사이에 건립되었다. 홍예 모양의 천장이 있는 회랑 아케이드는 1681년 추가로 건축됐다. 오늘날 이곳 관측소에 오르면 로텐부르크의 아름다운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종탑까지 오르는 계단이 무척 좁고 가파른데다가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안전사고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얼핏 생각하기보다 난이도가 높아 노약자의 경우 무리한 정상 도전을 삼갈 필요가 있다. 특히 계단 통로가 무척 좁아 몸집이 큰 사람은 아예 도전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마르크트 광장의 명물로 1446년에 건립된 이곳 시의회 연회관은 수많은 벽시계 중에서 1683년에 만들어진 장식 벽시계인 `마이스터 트렁크(Meister trunk)`로 유명하다. 이 장식 벽시계는 1910년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리고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매시 정각에 정확하게 우측과 좌측 작은 창문이 열리면서 두 인형이 등장해 `마이스터 트렁크`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재현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매시 정각에 시계 옆 창이 열리면서 한 손에 포도주를 든 뉘쉬 전 시장과 다른 창에선 칼을 든 틸리 로마 가톨릭 장군이 나타난다. 그리고 각각의 두 인형이 천천히 제자리에서 한 바퀴씩 돌고나면 인형극은 끝나고 시계창도 닫힌다.

로텐부르크 방문 길에는 연중 독일 특유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독일 크리스마스박물관(Deuches Weihnachtsmuseum)`은 물론 이곳 로텐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독일 주요 관광지에 지점을 둔 연중무휴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 전문상점 `케테 볼파르트숍`을 꼭 들러보자. 1964년 슈투트가르트의 헤렌베르크에서 빌헬름과 케테 볼파르트 부부가 문을 연 가게를 아들 하랄드가 이어받아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1977년에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했다. 로텐부르크 본점에는 크리스마스 박물관과 전시장 겸 대형 숍이 있다. 케테 볼파르트 로텐부르크 본점은 외국인 여행자들 사이에 로텐부르크의 필수 관광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가게의 주인 하랄드(Harald Wohlfahrt)는 본사를 이곳으로 옮긴 이후 1981년에 옛 조상들이 보냈던 독일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와 역사적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박물관을 숍 안쪽에 오픈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더라도 로텐부르크를 방문하면 `크리스마스 와인`이라 일컫는 `핫 와인(hot wine) 한 잔의 달콤한 추억에 빠져보자. 아울러 이 지역의 대표 꽈배기 과자인 `슈니발렌(Schneeballen)`의 오묘한 맛을 음미해보면 좋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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