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매일 수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살지만, 여전히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결정을 계속 미루는, 결정장애에 빠지기도 한다. 결정을 내린 후에는 자신의 최종 선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용할 수 있는 정보는 더 많아졌는데, 왜 의사결정은 더 어렵고, 만족스럽지도 않은 것일까?

톰과 팀이라는 두 명의 대학생이 있다. 톰은 수업 듣는 것을 빼고 일주일에 평균 31시간을 공부한다. 팀도 수업 듣는 것을 빼고 일주일에 평균 31시간 공부를 한다. 팀은 남동생 한 명과 여동생 두 명이 있다. 팀은 할아버지 댁을 평균 석 달에 한 번 꼴로 방문한다. 팀은 이번 학기에 소개팅을 한 번 했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친구들과 포켓볼을 친다. 톰과 팀 두 명 중에 누가 더 좋은 학점을 받았을까?

헨리 주키어가 수행한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톰이 팀보다 더 좋은 학점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연구에 제시된 정보들 중에 학점을 예측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정보는 공부시간뿐이었다는 것이다. 팀의 경우에만 추가적으로 제시된 정보들은 사실 학점예측과는 무관한 중립적인 정보들이었다. 팀의 가족 구성, 할아버지 댁 방문 횟수, 그리고 소개팅과 포켓볼을 치는 횟수는 연구가 수행되었던 당시 그 곳의 매우 평범한 대학생들의 평균적인 일상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톰의 경우에도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취미활동을 할 것이다. 다만 제시되지 않았을 뿐이다.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가 예측을 할 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진단적 정보라고 하는데, 이 연구에서 학점과 관련된 진단적 정보는 31시간 공부를 한다는 것밖에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이 일주일에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은 동일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학점에 대한 예측은 같아야 하는 것이다.

주키어는 톰의 성적을 예측할 때는 진단적 정보가 고스란히 쓰였지만, 팀의 성적을 예측할 때는 성적과는 무관한 정보들이 진단적 정보가 최종 판단에 미치는 효과를 희석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한다. 판단과는 관련성이 없는 정보를 제시함으로써 진단적 정보의 가치에 마치 물을 탄 것 같은 `물 타기 효과`(dilution effect)가 발생한 것이다.

진단적 정보의 가치가 희석되면, 판단에 대한 확신은 떨어진다. 그 결과, 결정장애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 만족스러울 리 없다. 더 많은 정보가 오히려 의사결정을 더 어렵고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능한 많은 정보를 갖기를 원한다. 특히, 판단과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를 원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판단에 적절한 정보와 부적절한 정보를 쉽게 구분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정보가 자신의 선택을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무척이나 서툴다. 우리는 어떤 음식이 상했는지 냄새나 맛을 조금 보면 금방 알아챈다. 하지만 우리 앞에 주어진 정보가 진짜인지 아니면 조작된 가짜인지, 그리고 이 정보가 진짜라면 실제 우리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적절한 것인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사람들은 자신이 접한 정보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정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도, 한 번 접한 정보가 자신의 판단에 미친 영향을 마음속에서 깨끗하게 지워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보를 접한다는 것은 일단 음식을 먹어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일단 삼킨 음식이 자신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막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우리가 접한 정보는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결정장애 증상이 보이기 시작하고 결정에 대한 만족도도 낮은 편이라면, 자신이 정보의 홍수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봐야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우리에게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적절한 정보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정보 다이어트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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