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3박 5일 간의 일정으로 출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공항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그리고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 등의 환송을 받으며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과거와 달리 환송인사 도열 없이 손수 가방을 든 문 대통령 내외는 전용기까지 걸어서 이동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8일 오후 워싱턴에 도착,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를 시작으로 미국 순방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장진호 전투는 6·25 한국전쟁 당시 미해병 1사단을 비롯한 한미 군인은 물론 많은 유엔군이 희생 당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다. 이어 한미 양국 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 ·미 비즈니즈 서밋`에 참석해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순방 2일차인 29일 오전에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상·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저녁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백악관을 방문해 첫 상견례를 겸한 환영만찬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해외 정상과 만찬을 했지만, 부부가 함께 만찬을 하는 건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처음이다.

공식일정 마지막날인 30일에는 한국전 참전용사를 선친으로 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워싱턴 D.C.내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참전용사 대표들을 만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내용을 언론에 공동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펜스 부통령이 주최하는 오찬을 끝으로 백악관 일정을 마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방미 기간 머물 숙소는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이다.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어서 내부 규정에 따라 2박만 가능했지만 양측간 협의를 거쳐 3일 동안 머물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블레어 하우스 이용과 관련한 백악관 내부 규정이 강화돼 3박 이상을 허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예우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 국가정상들이 미 워싱턴에 주로 이틀만 공식일정을 잡는 이유가 블레어 하우스에 2일간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미국측에서 파격적인 예우를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51일 만에 열리는 것으로,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빠른 정상회담이다. 양국 대통령들이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인데다 미묘한 난제들이 많은 만큼, 구체적 성과를 내기보다 양국간 공조를 다지고 우애를 돈독히 함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단독·확대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방안이 도출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드 논란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52명의 경제인이 동행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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