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선 개인전 '그 지루함의 반복'展

반복 60X54cm staple 2016
반복 60X54cm staple 2016
대전 출신 임형선(44) 작가의 개인전이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C에서 `그 지루함의 반복`이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다.

7월 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임 작가가 작업의 소재로 삼고 있는 `철침(staple)` 작품 10여 점이 선보인다. 그는 철침을 반복적으로 캔버스에 박아 현대인의 반복적 일상을 표현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철침은 반기계적인 힘을 가하여 문서 꾸러미를 묶고, 고정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작가는 그것을 목적의 전이(轉移)로 화면을 구성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철침은 작업의 의미 있는 재료로 이용되면서 하나의 창작은 시작이 된다.

임 작가의 작업은 아주 작은 선(스태플)들의 반복으로 하나의 형태를 이루어 가는 것이다. 지루할 정도의 반복적인 행위로 철침을 화폭에 하나하나 찍어가면서 형태를 만들어 가고 그 개수를 세어가는 작업이다. 철침을 하나하나 분해한 뒤 뿌림과 붙임의 반복된 작업으로 다소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에서 부드럽고 따듯한 이미지의 전이를 주어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가 철침을 작업 소재로 삼은 건 15년 전이다. 어렸을 때 배 과수원을 했던 고향집에서 배를 종이에 감쌀 때 사용했던 추억 속 기억의 철침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이기도 했다. 그는 작품에서 끝자리가 풀리는 건 어떤 변화를 얘기하고, 안에 돌린 건 현대인들의 이중적 양상 들을 표현했다.

임 작가는 "철침의 색인 은색은 현대 도시, 회색도시 등을 상징한다"며 "철심을 찍는 건, 현대인들의 반복적인 일상을 하나하나 찍는다는 것, 그것을 둥그렇게 연결시킨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비슷비슷하고, 단조롭기도 하다. 그는 작품을 일상의 반복, 지루함의 반복이라고 일컫는다.

그가 이야기하는 지루함은 역설이다.

임 작가는 "지루함에 몰입을 하면 창작물이 나온다"라며 "하나의 작품을 위해 작업을 할 때마다 한 달 정도 걸리는데, 그럴 때 분명 지루하지만 이 지루함은 결국 내게 새로움으로 향하게 하는 것, 심장을 뛰게 만드는 지루함이기 때문에 창조적 지루함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복이라는 단어 역시 `변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현대인들은 반복적인 일상을 매일 마주하지만 그러면서 사소한 변화는 분명히 있다"며 "그래서 이 작품들도 같아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작품이고 끝에서 갈라지는 건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은 그래서 그에게 작업의 설렘이다. 어찌보면 자연의 질서를 찾아가는 행위이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반복이 아니라 분명한 `차이의 반복`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획일적인 반복이 아니라 어제 혹은 과거보다 조금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에서 나오는 반복이다.

임 작가는 "집착과 무의식적인 단순한 반복의 전개는 점차 반복의 행위 자체를 뛰어 넘어 정신적인 영상을 투영해 가는 변화에 이르게 된다"며 "이러한 반복 속에서 차이는 가시화 되고 형태는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시간과 체력,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일 수밖에 없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무의식에 깊이 새겨진 우리의 삶의 모습과 현대인의 일상을 재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작업은 현대 대량 소비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도태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며 "관객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 작가는 충남대 서양학과를 나와 대전·서울 등지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는 한편 개인전을 열고 있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반복 60X54cm staple 2016
반복 60X54cm staple 2016
반복 60X54cm staple 2016
반복 60X54cm staple 2016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