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선 도로 건너려면 2개 지나야 엘레베이터도 없고 불편

은평공원방면 보도육교에서 바라본 갑천도시고속화도로 지하차도를 가로지르는 보도육교. 갑천대교를 가로질러 건너기 위해서는 두 육교를 모두 건너야 한다.     사진 = 서지영 수습기자
은평공원방면 보도육교에서 바라본 갑천도시고속화도로 지하차도를 가로지르는 보도육교. 갑천대교를 가로질러 건너기 위해서는 두 육교를 모두 건너야 한다. 사진 = 서지영 수습기자
관절염을 앓고 있는 최모(75·여) 씨는 병원을 가기 위해 무단횡단을 종종 한다. 병원을 가려면 왕복 10차선을 건너야 하지만 도로를 건너기 위해선 보도 육교를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무단횡단이 위험하고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무릎이 아픈데 저 커다란 육교를 걸어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하루 빨리 횡단보도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전 서구 갑천대교 사거리에 위치한 보도육교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갑천대교 사거리는 한밭대로와 갑천도시고속화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이곳에는 두 곳의 보도육교가 설치돼 있다. 시민들은 두 육교 모두 엘리베이터 없이 경사로만 설치돼 노약자들은 큰맘 먹고 육교를 건넌다고 입을 모은다.

월평동에 사는 김모(65)씨는 "특히 갑천도시고속화도로 지하차도 앞으로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며 "갑천대교를 가로질러 건너려면 육교를 두 개나 건너야 하기 때문에 너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곳에선 유모차를 밀고 끙끙대며 육교를 등반하는 시민과 위험천만한 10차선 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는 시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걷고 싶은 보행친화도시 대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시에서 발생한 교통 사망사고 35건 중 31%가 무단횡단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서구 의회는 지난 1월 31일 `갑천대교사거리 횡단보도 및 신호등 설치` 건의안을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건의안에는 `교통약자인 장애인, 임산부 등이 이용하기에 많은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시는 횡단보도를 설치할 경우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차량정체가 더 악화돼 횡단보도 설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연차별로 보도육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있으나 경사로가 없는 육교에 우선적으로 설치하고 있다"며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보행자 안전과 차량 통행 모두 방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횡단보도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관계자는 "앞으로의 도로정책은 보행자 우선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횡단보도 설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갑천대교 사거리의 경우 횡단보도 하나 당 40초 정도의 신호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교통정체가 가중돼 이를 해결할 대안은 마땅히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서지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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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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