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보문고 안세현,백승엽, 이준서(사진 왼쪽부터) 학생들이 지난 10일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성공 개최 기원 전국 고등학생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대전 보문고 안세현,백승엽, 이준서(사진 왼쪽부터) 학생들이 지난 10일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성공 개최 기원 전국 고등학생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노약자도 즐기는 동계올림픽 아이디어 `반짝`

-백승엽·안세현·이준서 학생팀 실리콘 소재 `신발끈 아이젠` 제안

스포츠의 본질은 행복이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방점이 찍혔던 `스포츠 강국`의 좌표를 이제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같은 맥락이다.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따내 국위를 선양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스포츠를 온 국민이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프리카TV(나우콤)의 문용식 대표는 책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에서 "인생은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 하는 속도가 아니라 얼마나 옳은 방향으로 달리느냐 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3, 4킬로미터 활주로를 달리면서 연료의 절반을 소비한다. 온 힘을 불태우는 것이다"라고 썼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속도` 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지난 10일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성공 개최 기원 전국 고등학생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결선에 오른 보문고 백승엽, 안세현(이상 3학년), 이준서(2학년) 학생팀은 `노약자를 위한 평창, 배려와 나눔을 실현하는 평창`을 주제로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 본선 진출 170개 팀(전국 예선 710개 팀) 가운데 가산점이 있었던 영어 발표를 하지 않은 팀 중에서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만큼 주제가 탁월했다는 의미다.

◇왜 노약자를 위한 평창인가?

보문고 학생들의 주제는 아주 특별했다. 대회의 성격과 취지를 꿰뚫었다. 학생들은 `올림픽 평화`, `올림픽 진로`, `올림픽 참여`, `올림픽 홍보`라는 4가지 주제 가운데 `참여`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의 사회적 실현이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팀의 리더인 백승엽 학생은 오랫동안 K-New Sports 분야에 관심을 키워왔다. K-New Sports는 올림픽 등 국제 경기에서 공식 채택하지 않은 종목들이다. 대중적인 스포츠 종목을 결합하거나 변형해 만든 새로운 스포츠 형태다. 유아나 노인, 장애인 등 모든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어 생활체육으로 활용되고 있다. 육상형(축구형, 야구형, 배구형 등), 해양형, 산악형, 항공형 등이 있고, 국내에 이미 50여 종목이 보급됐다. 가장 대중적인 종목은 티볼, 추크볼 등이다. 티볼은 기다란 기둥인 티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치는 야구형 종목이고, 추크볼은 탄력 있는 네트에 던져 튀어 오른 공을 상대팀이 잡지 않게 하는 핸드볼형 종목이다. 이미 티볼은 일선 초등학교에 보급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뉴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메이저인 올림픽 종목 이외의 스포츠에 대한 일종의 나눔과 배려가 담겨 있다. 엘리트 체육을 넘어 생활 체육에 대한 저변을 넓히는 것, 모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체육 인프라를 키우는 것이야 말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첫 발이라는 믿음이 담긴 주제 선정인 셈이다.

◇금상 수상은 융합 학문동아리의 힘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은 팀이 최고의 성과를 낸 데는 보문고 특유의 융합 자율동아리 `BIK(Bomoon Integrated-Knowledge)`의 장점이 시너지를 냈다. `BIK`는 융합 학문을 중심으로 서로의 지식을 나누는 동아리다. 당연히 문과, 이과를 가리지 않고 동아리에 참여한다. BIK동아리는 이미 지난 2014년 ICISTS-KAIST(카이스트 주최 국제 대학생 학술대회)에서 대중 강연을 했고, 클라우드 소싱 업체인 Pallo와 협업으로 각종 발명대회에 참가했다. 인문학이 결합된 프로젝트 탐구의 경험과 자신감은 평창동계올리픽 성공 기원 대회에서도 보문고 팀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도록 했다.

팀원들의 적절한 역할 분담도 효과를 냈다. 주제 선정을 주도한 백승엽 학생은 대학 전공 선택에 스포츠의학이나 체육지도자, 스포츠 전문기자 등을 고려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캐나다에서 3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면서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친한 중학교 선배 형이 경희대 스포츠의학과에 진학한 것도 동기부여가 됐다. 지난해 교내 대회에서는 `대전지역 중고등학생들의 방과후 스포츠 활동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학교 체육 교과의 대안적 역할과 과제`라는 소논문을 발표해 은상을 수상했다.

부회장인 안세현 학생은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에서 2년 연속(2016·2017) 입상할 만큼 발명 분야에서 남다른 재능을 갖췄다. 일단 `올림픽 참여`로 주제를 정하자 발명가 기질이 발동했다. 지난해 BIK선배들과 함께 구상했던 `탈부착이 가능한 신발`에서 착안해 실리콘 소재의 `신발끈 아이젠(eisen)`을 프레젠테이션에서 적극 제안했다. 기존 금속 재질의 아이젠은 빙상 등이 아닌 실내에서는 착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실리콘 소재의 끈 형태의 아이젠은 대량생산과 보급이 가능해 노약자들도 평창올림픽이 펼쳐지는 각종 경기장을 마음껏 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학생들은 올림픽 종목인 컬링을 이론적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때 막내인 이준서 학생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원래 영어발표가 아니었지만 특별히 이론적 배경을 위한 컬링 종목의 재미와 원리를 영어로 설명했다. 솔(broom)의 스위핑(sweeping)으로 돌을 원하는 곳에 안착시키는 미끄럼 이용 원리와 논슬라이드 슈즈의 원리를 설명하는 사이 심사위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꿈과 끼, 평창을 넘어 세계로!

세 학생의 꿈과 끼는 어느 새 평창을 넘어 세계로 향했다. 자연계인 안세현 학생은 요즘 탄성그물망을 이용한 우산 받침대 연구에 한창이다. 우산의 형태가 장우산이나 접이식 우산 등으로 다양한데 수납을 할 경우 작은 우산들은 바닥에 묻혀 버린다는 점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수납 공간에 탄성그물망을 치면 얇고 긴 우산은 끝까지 내려가고, 단면이 두꺼운 접이식 우산은 위에 올려 있는 원리를 활용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처럼 기계 역학이나 발명에 몰두하고 있지만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전교 2등을 할 만큼 교과 성적도 빼어나다.

건축가가 꿈인 이준서 학생은 선배들과 함께 하는 BIK동아리 활동에서 큰 배움을 얻었다고 말한다.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는 기쁨도 크지만 무엇보다 지적 호기심과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키워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BIK활동을 하면서 지난해 교내 건축관련 대회에서 `난민 수용`을 주제로 가장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벌집 구조의 건축물로 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세계 최초로 고안해 낸 르코르 뷔지에처럼 훌륭한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백승엽 학생의 포부도 당차다. "학문끼리의 융합이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한 만큼 스포츠와 과학을 접목시키는 역할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대전지역 고등부 풋살클럽에서 최상위팀(DI풋살팀)의 공격을 맡고 있는데 과학적 원리와 각종 통계 분석 기법을 통해 어떻게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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