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과 늘 함께하는 술. 결혼식과 같은 경사에도, 상가에서 조의를 표현한 후에도 늘 술을 마시는 우리는 정말 관대한 음주문화를 가진 것 같다. 내가 잠깐 살던 미국에서는 술마신 다음날 출근하지 않거나 지각을 하게되면 거의 알코올 중독자처럼 여기는 문화이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술 잘먹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독자 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경제난과 가뭄 등 스트레스가 많은 시절엔 "술처럼 좋은 위로제가 어디 있겠느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 술 소비량을 100% 순 알코올을 기준으로 보면 1인당 연간 10ℓ 정도이고 이를 환산하면 1인당 1주일에 소주 2병 꼴을 마시는 것이고 우리나라 인구 중에서 술을 안 마시거나 적당하게 마시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 보면 소주 2병 이상을 즐기는 것이다. 지난 주 통계를 보면 50년 동안 술 소비량이 1.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알코올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나올 만하다. 건강에 안 좋다는 술을 우리는 왜 이리 가까이할까?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해보자. 병원에서 수술후 퇴원하는 많은 남자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질문중 하나이다. "술은 먹어도되나요?" 술을 못먹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인 듯 하다.

알코올은 우리가 아는 것 처럼 간이나 췌장 같은 중요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많은 양의 술은 우리 몸의 건강을 해친다. 그렇다면 나의 전공인 척추나 관절과 같은 정형외과적 문제와 술의 관계는 어떨까?

허리가 아프고 근육이 아픈 이유는 결국 뼈나 관절, 그리고 근육에 영양 공급을 하는 혈액 순환의 장애로 인한 이차적 염증의 결과이다. 예를 들어 척추관협착증도 신경이 지나가는 길이 좁아져 신경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생기는 질환인 것이다. 술을 마신 후 일정 시간이 경과되면 몸속에서 분해가 되어 물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두통이나 숙취 등을 일으킨다. 마시는 알코올이 많아질수록 해독되지 않은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속의 혈관을 손상하게 되고 혈액공급이 저하가 되면 근육과 인대의 손상이 발생하게 되어 허리통증이나 관절의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악화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즉 갑작스러운 척추의 통증에서는 통증이 줄어들 때까지 술을 자제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어르신들의 무릎이나 어깨의 통증에서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피부가 찢어져 꿰맨 후에는 실을 뽑을 때까지 음주를 하면 안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이러한 몸속의 변화만이 통증을 일으키는 이유일까?

사람이 일생동안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빈도는 80% 정도라고 하고 대부분의 이유가 허리디스크나 척추협착증 같은 원인이 아니라 허리 근육의 통증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즉 허리 근육에 무리가 생기는 잘못된 생활 습관, 부적절한 운동과 자세가 허리통증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우리가 술을 즐길 때의 자세를 생각해보자. 얼마 전 TV에서 외국인들이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음식은 최고인데 자리가 너무 불편하여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이 서 있을 때의 허리 디스크 압력을 10이라고 가정할 때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때의 압력은 400 정도, 즉 40배 이상의 압력이 디스크에 가해진다. 우리처럼 방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있을 때는 이보다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지니 멀쩡한 사람은 물론이고 허리나 무릎이 아프신 분들의 고통은 더 증가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술을 너무 마셔 몸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척추와 관절에 비정상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한 작은 손상이 발생되는데 술로 인하여 뇌에서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떨어지니 통증을 인지하여 몸에서 방어 기전이 작동하여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더 심한 손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정형외과 질환은 대부분 몸안의 변화와 환자의 관절부담이 증가하는 잘못된 자세 등으로 인한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되는 것이다. 아무리 약을 먹고, 가령 증상이 심하여 수술을 하더라도 술후 운동이나 관리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면 다시 고생을 하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디스크 등으로 허리통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의자가 있는 식당을 주로 이용해야 되고 불가피하게 방바닥에 앉는 경우는 자주 일어서서 움직여야 한다. 허리수술을 받으시고 퇴원하시는 분들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바닥에 앉지말고 의자생활을 주로할 것. 1시간 정도 앉아 있으면 반드시 10분 정도는 서서 걷거나 허리를 피는 운동을 할 것." 허리통증이 없는 분들도 이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만약 술을 마신 뒤에 허리나 관절의 통증이 심해졌다면 술자리를 일정기간 멀리하거나 자신의 주량의 반 이하 정도로 조절하여 몸 속의 염증을 줄여야 하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생활 습관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 예전부터 우리 한국사회에서의 술은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음식이 귀하던 시절에는 훌룡한 에너지 공급원이였으며 또한 약품으로서 여러 가지의 가치가 인정되어 널리 사용되었다. 이제는 이 좋은 음식(?)을 더 현명하게 사용해야 될 시대이다. 방금 전 회진을 돌고 다시 진료를 시작한다. 내일 퇴원하는 환자분이 나에게 조용히 물어본다.

"퇴원하면 술 마셔도 되지요?" 양준영 대전베스트정형외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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