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춘 버스정책과장
전영춘 버스정책과장
시내버스를 이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고민한다. 답은 있는데 말이다. 자가용승용차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약점도 알고 있다. 자가용승용차에 비해 접근성과 정시성이 불리하고, 노선체계도 환승을 기본으로 설계되어 불편하고 안락성도 떨어지는 점 등이다.

이렇게 불리한 약점을 안고 있어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도 걸리기에 고민의 골은 더 깊어진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주 계층이 자가용승용차를 갖지 못한 회사원과 학생, 주부, 어르신 등 경제적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출퇴근과 등하교를 목적으로 선택의 여지없이 만원버스를 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으며 배차간격도 맞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시내버스를 탈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할까,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화가 난 분들은 우리 과로 전화를 걸어 거칠게 항의를 한다. 탁상행정 하지 말라, 세금이 아깝다 등등 솔직히 속이 상하지만 할 말이 그리 많지 않다. 이렇듯 시내버스가 경제적 약자들의 필수적인 교통수단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기에 정책적으로 더 배려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2005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준공영제는 시내버스 운영적자(총 경비의 20%)를 시민세금으로 지원해 시내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서비스품질도 높여가자는 게 취지이다. 그로 인해 시내버스 서비스가 상당부분 좋아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민들은 목말라 한다.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가기를 원한다. 정시성과 배차간격의 단축 등도 지적한다. 여기서 고민의 골이 또 한 번 깊어진다. 노선망 확충과 배차간격 단축을 위해서는 증차가 필요하고 재정부담이 뒤따른다. 정시성도 버스전용차로를 확대해야 하는데 일반차량의 통행로 축소에 따른 저항이 심하다. 노선신설은 요구하면서 소음과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시내버스 정류소와 기·종점지 이전 요구도 지속되고 있다. 현장행정을 통해 이해와 설득, 조정을 통해 해결해 나가지만 참 쉽지 않다.

다행히, 올해 들어 시장님의 정책결단으로 20년 만에 시내버스 51대를 증차했다. 그와 연계 25개 노선개편이 3월부터 진행돼 5월 1002번 신설노선 운행을 시작으로 출퇴근시간대 만원버스 불편을 줄이기 위한 수요응답형 노선 신설, 배차간격 단축 등을 7월에 완료하고, 버스쾌적성을 위해 시민이 구상한 버스 내외부 디자인도 7월부터 적용한다. 사회적·마을기업 등의 판로확대를 위해 유개승강장 무료 분양 시도, 정류소 휴대폰 충전기 설치 등 승객중심 체감정책을 상반기 내내 추진해 왔다.

하반기에도 차별화된 고급 좌석노선과 전통시장 등을 연결하는 순환노선 설계와 공영차고지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교통카드를 신형으로 교체하면서 BMS(버스운행확인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가칭 `시내버스를 말하다`라는 토크데이도 추진해 시민들의 의견을 내년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하반기 사업도 내가 버스승객이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민원의 대부분이 타당성이 있고 공감도 가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민원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안타까움이 한없다. 다수의 공익을 위해 시내버스 노사정 그리고 시민이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오늘도 시청 북문 정류소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시민들이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모습에 다시 에너지를 얻어 버스에 몸을 실고 집으로 향한다. 버스 업무를 처음 시작했던 10년 전 첫 마음으로 `더 편안한 시민의 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전영춘 <대전시 버스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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