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가 우리 미래의 희망임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심각한 저출산 추세가 국가 존립, 민족 존립의 우려까지 전망하게 할 정도이니 말이다. 미국 경제학자 헤리 덴트는 2018년을 한국의 인구절벽 직면의 해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구절벽은 노인 고령화와 맞물려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안정을 매우 어렵게 만들게 된다. 어떻게 하면 아기 울음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 아이를 더 낳게 하려고, 국가가 팔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아 유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비극적 현실은 너무도 역설적이다.

저출산과 영아 유기는 별개의 문제 같지만, 생명 가치관의 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물질만능, 인명경시 풍조이다. 예전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던 다산, 다자녀를 이제는 부담으로 여기는 사회가 됐다. 임신과 출산 계획은 자녀를 키우며 들어가는 돈을 먼저 계산한 후 결정한다. 자연의 섭리로 여겼던 임신과 출산은 어느 순간부터 경제적 이유로 기피대상이 됐다. 물질만능, 학력 위주, 출세, 경제적 풍요로움에 치우치다 보니 자녀를 낳아 양육하는 것이 손해를 보는 것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한 번 사는 세상,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싶은데 아이로 인해 자신의 앞길이 불편해지고, 쓰지도 못하고 투자 보장도 안 되는 미래가 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삼포세대, 오포세대의 원인이고 본질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새 생명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데, 놀랍게도 적지 않은 영아들이 유기되고 있다. 누군가에게 발견돼 보호의 손길로 인도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꽃은커녕 새싹도 피어나지 않은 어린 생명이 친모 냉동고에서 주검으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까지…. 가끔이지만 영아 유기로 친모 또는 친부가 엄벌 받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양육이 불가능한 부모를 위해 놓아둔 베이비 박스에 최근 1138번째 아기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TV에서 보면서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사랑은 하고 싶은데 궁핍한 여건에서 양육은 생각조차 못한 채 찾아가는 베이비 박스.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힘들게 낳았지만 버릴 때 그 마음은 오죽할까. 탯줄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급하게 몇 자 적은 쪽지와 함께 버려지는 아기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나마 미혼모 또는 미혼부가 자신도 어린 나이이지만 용기를 내어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사회적 냉대와 양육 부담 등 그들이 짊어져야 하는 짐의 무게와 고통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저출산, 영아 유기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생명을 바라보는,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는 데서부터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현실적 문제이지만, 생명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인식하고, 깨달으며 그 가치를 지켜가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국가의 노력이 날로 더해가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생명존중의 가치관을 심어주고 변화시키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영아 유기의 문제, 특히 미혼모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혼모 출산과 양육에 따른 지원, 미혼모 예방을 위한 교육 이렇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 외국에서는 미혼모의 임신과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국가가 개입해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새생명이 유기 또는 방치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혼모를 합법화 하자는 것이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사정이야 어찌됐든 우리 사회에 태어난 새생명은 반드시 보호받고 어려움 없이 양육될 수 있게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청소년들이 결혼과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해 생명 가치의 차원에서 깊이 있게 교육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운영도 필요하다. 미혼모, 영아 유기 등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가치관의 토대 위에서 베이비 박스는 사라지고, 아기들의 울음소리와 해맑은 웃음소리가 가득한 우리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그렇게 되리라 기대해본다. 장혜자 대덕대학교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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