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약창] 2개 이상 복용시 약효·강화 따져봐야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조제를 하는 경우 약 봉투에 대부분 식후 30분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대부분의 약들은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빈속에 약을 복용하면 약의 특성상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최대한의 약 효과와 최소한의 위장장애 사이에 적절한 시점으로 식후 30분을 정하고 그에 따라 용법을 표시하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잔탁, 큐란, 겔포스, 알마겔 같은 위장약은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좋고 무좀약 스포라녹스는 식사 중에 복용해 음식물과 섞여야 최대효과를 내는 것처럼 어떤 약들은 특별한 용법을 지켜야 합니다.

그럼 약은 왜 꼭 물로만 복용하라고 하는 걸까요. 우유, 주스, 커피 등은 약의 흡수를 촉진시키거나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변비약 둘코락스는 장에서 녹아 작용을 하도록 만들어진 약인데 우유랑 먹게 되면 우유가 위산을 중화시켜 위에서 약이 녹아 배가 아프거나 약 효과가 없을 수 있고, 자몽 주스는 고혈압 약의 효과를 증가시켜 저혈압이 유발될 수 있으며 녹차나 홍차 속의 탄닌은 빈혈 약의 효과를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약은 물로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너무 차가운 물은 약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미지근한 물로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조제한 약을 복용하다가 증상이 호전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설사약의 경우 증상이 호전됐는데도 계속 복용하면 변비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항생제의 경우 증상이 좋아졌다고 세균이 다 죽은 것이 아니므로(세균이 죽기까지는 7일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복용을 중단한다면 증상이 더 심해져 항생제 복용기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심각한 내성문제가 초래되기 때문에 처방 받은 항생제는 다 복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알약을 못 먹는 사람이 약을 쪼개거나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 또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이레놀이알서방정처럼 서방정의 경우 약물의 일부층이 서서히 녹게 만들었고 또 아달라트오로스처럼 오로스정의 경우 약성분이 바늘구멍만큼 작은 구멍을 통해 서서히 흘러나오게 만들어졌는데 약을 갈아버리면 한 번에 효과가 확 나타나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쪼개거나 갈아야 합니다.

우리는 꽃게를 먹을 때 감을 먹지 않고 돼지고기는 새우젓이랑 먹습니다. 이것을 음식의 궁합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약과 약에도 궁합이 있고, 그 궁합에 따라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산제와 철분제를 함께 복용하게 되면 철분제 효과가 감소하고, 종합비타민과 항생제를 함께 복용하면 항생제효과가 감소하게 됩니다. 또 어르신들께서는 만성적 통증 때문에 소염진통제와 고혈압 약을 함께 드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고혈압 약 효과가 감소되어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감기약에는 기본적으로 두통약성분이 포함돼 있어 감기약과 두통약을 함께 복용하게 되면 동일성분 중복으로 부작용이 증가하게 되고, 코감기 약처럼 졸린 감기약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한다면 진정작용 증가해 더 졸리게 됩니다.

흔히 아는 만큼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약에 대해서도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에게 물어 보고 주위를 기우려 알아두고 기억해 둔다면 그만큼 힘이 쌓이는 것이고 그 힘으로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향미 약사 대전시약사회 여약사담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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