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문화재단이 대표이사 선임 문제로 시끄럽다. 1차 공모에서는 최종 대상자가 민주당 대통령 경선 때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 공식 지지선언을 한 측근 인사라는 이유로, 2차 공모에서는 처음에 부결된 인물이 다시 최종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이유로 이사회가 연거푸 부결시켰다. 전임 대표이사의 임기가 지난 달 8일 이미 종료됐고, 이번 재 공모마저 무산됐으니 충남문화재단은 대표이사 부재로 당분간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충남문화재단의 대표이사 선임 파동은 벌써 두 번째다. 지난 2014년 10월 초대 대표이사 공모 때 당시 공모 과정에서 임용 추천된 인물이 임용을 앞두고 갑자기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왜색 종교와 관련된 보수 단체의 강력한 항의로 이사회 개최 하루 전에 사퇴와 사퇴 번복을 거듭하다가 결국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겨우 출범한지 3년이 지난 충남문화재단이 대표이사 선임 문제로 번번이 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재단은 지난 4월 1차 공모를 통해 2명의 대표이사 임용 후보자를 추천했으나 이사회에 참석한 10명의 이사 중 찬성과 부동의가 5대 5 동수를 이루며 과반 동의 규정에 따라 자동 부결됐다. 당시 이사회는 임용 후보자가 대통령 경선 때 안 지사에 대한 충남 문화계 인사 100인 지지선언을 주도했다는 등을 이유로 부결시켰다. 공모 이전의 정치 이력이 재단 대표이사로서의 자격에 중요한 결격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이사회는 충남문화재단의 정치색을 우려한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재 공모로 열린 지난 7일 이사회에서 최종 추천대상자 2명에 대한 심사에서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해 또 부결을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12명은 추천위가 최종 추천한 2명의 대표이사 후보 가운데 1순위자에 대한 동의에 찬성 5명, 기권 1명, 부동의 6명으로 5대 6의 의견을 내놨다. 이유인즉, 임원추천위원회에서 1차 공모에서 1순위 추천자로 선발됐음에도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했던 동일 인물을 또 다시 1순위로 추천했다는 것이다. 항간에 계속해서 제기한 충남도에서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충남도는 공정한 절차에 따른 공모였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정황상 왠지 뒷맛이 개운찮다.

선임 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꼭 1순위자를 놓고 가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1순위자에 결격 사유가 있다면 그 다음 순위자를 선임하면 된다. 또 재단 임원추천위원회에서 1, 2순위 구별 없이 상정한 후보자 2명 중 이사회에서 적임자를 최종 선정하는 방법도 있다. 비록 현재 공모 방식을 통해 대표이사를 뽑는다지만 최종 임용 과정에서 충남도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한 임용 방식의 재검토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재단 특성을 고려해 철저하게 전문성을 지닌 인물을 선임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안목은 물론이고 재단에 대한 외부의 지나친 간섭을 차단하고 발전기금 등 지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경영 능력까지 요구된다는 점에서 볼 때 꼭 문화예술계 인사가 대표이사를 맡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서울문화재단은 초대 대표이사로 국민배우 유인촌 씨를 선임했고, 경기문화재단도 한 공중파 방송의 유명 앵커였던 엄기영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적도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충남도는 부랴부랴 대표이사 선임 3차 긴급 공모를 냈다. 오늘까지 원서를 받는다. 재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통해 오는 30일 후보자를 추천한

후 이사회를 거쳐 다음 달 6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현재 규정상 제한이 없다하더라도 1, 2차 공모 때 응모했다 탈락한 인물이 또 다시 지원하는 해프닝(?)은 없어야겠지만 이 번만큼은 재단의 역량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 발굴 등 충남 문화예술 발전을 이끌 적임자를 찾는 혜안(慧眼)을 기대해본다. 송원섭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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